2006독일월드컵 개막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토고에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한국의 16강 진출 길에 있을지 모를 ‘만일의 사태’를 막아줄 방패가 될 수 있느냐에 신경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토고대표팀이 24일 오전4시(이하 한국시간) 쾰른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랑스와 G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같은 시각 하노버에서 벌어지는 경기에서 한국이 만에 하나 스위스와 비기더라도 토고가 프랑스와 비기거나 0대1 패배를 당한다면 한국에게는 큰 선물이다. ‘토고의 도움’은 최근까지 막막한 기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은 상황이 됐다. 조별리그 2패를 기록, 이미 탈락이 확정됐지만 스위스와의 2차전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면모를 확인시켰다. 스위스에 2골을 내주며 패했어도 90분 내내 강한 체력과 탄력 넘치는 플레이로 아프리카 축구의 저력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자세도 달라졌다. 조별리그 2패로 이미 탈락이 확정된 토고는 첫 출전한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를 맞아 나름대로 명예롭게 퇴장하겠다는 생각이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 등 선수들은 “프랑스전을 꼭 이겨야 한다. 이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이 출전 수당을 현금으로 미리 주기로 한 것도 사기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로서는 2002월드컵에서 세네갈에 발목을 잡히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에 토고전이 부담스럽다.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갈 수 있고 스위스-한국전이 무승부로 끝날 경우에 대비해 이기더라도 2골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한다. 중원지휘관 지네딘 지단과 왼쪽 풀백 에리크 아비달이 경고누적으로 토고전에 뛸 수 없다는 것도 악재다. 노쇠했다고는 하나 지단은 볼 배급 등에서 막중한 역할을 해왔고 아비달의 공백은 미카엘 실베스트르(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메운다 하더라도 아비달-플로랑 말루다-티에리 앙리로 이어지는 공격 루트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서두르다 보면 쉽게 허점을 노출할 수도 있다. 복병의 면모를 회복하고 있는 토고의 경기력을 감안할 때 극심한 골 가뭄을 겪어온 프랑스에 대량 실점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토고가 내분으로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하고 한국에도 ‘낭보’를 안겨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