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 구조조정 중간점검] 동부 등 다른 기업은 어떻게

자산매각 쉽지 않아 '시간과의 싸움'<br>동부익스프레스·메탈 등 새 주인 찾기 난항<br>동국제강 재무개선 절실… 쌍용건설은 앞날 불투명

금융당국은 현대와 한진 이외에도 문제가 될 만한 기업들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를 들어 비행기나 배만 남아 있으면 되지 주인은 누가 되든 상관이 없다는 게 당국 입장"이라며 "동양사태 이후에는 무엇이든 내놓을 게 있으면 다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탓에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자산매각이 쉽지 않다.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지만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쫓겨 하다 보니 여의치 않은 것이다.


실제 한진과 현대그룹 이외에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곳으로 지목된 동부의 경우 지난 11월 3조원에 달하는 구조조정 안을 내놓았지만 당장은 자산매각이 쉽지 않다. 산업은행이 내년 초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자산을 인수해주기로 해준 만큼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정상화 계획에는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가 투자를 보류하면서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작업은 제동이 걸렸다. 산업은행이 SPC에 동부익스프레스를 포함하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구조조정안 발표 전부터 추진하던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계속 늦어지는 것이다.

동부메탈도 포스코의 갑작스러운 지배구조 변화로 새 주인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는 포스코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항만 매각작업도 쉽지 않다. 전략적투자자(SI)로 들어오기로 했던 현대제철이 내부사정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투자자를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다. 동부 측은 대신 휴스틸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조조정이 순탄하지는 않지만 재무적투자자들이 SPC를 만들어 동부그룹의 자산을 넘겨받고 자금을 제공하게 되기 때문에 자금확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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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는 대성산업도 디큐브시티백화점과 거제백화점 매각이 답보 상태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데다 이를 인수할 만한 업체도 마땅히 없다.

재무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동국제강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조선업 불황에 따라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국제강은 지난해 기준으로 따지면 금융당국이 회색지대의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는 쌍용건설의 경우 앞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채권단의 속내는 쌍용건설을 법정관리시키는 것이지만 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에 출자전환을 통해 살려나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두산도 자산재평가에 나서면서 재무개선을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5년 만인데 자산을 재평가해 자산가격이 올라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노리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자체 구조조정 노력으로 두산의 경우 관리대상에서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힘겨운 구조조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현대그룹과 한진 계열 이외에 동부그룹과 동국제강이 현금창출력(EBITDA) 대비 차입금이 각각 12.8배와 11.8배에 달한다며 재무구조가 취약하다고 밝혔다. 두산그룹도 7.1배에 대해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도 높은 자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STX나 동양그룹, 현대그룹 같은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매물이 쏟아지고 우리금융 매각까지 겹치고 있다"며 "부실 우려 그룹들이 자산매각과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고 설명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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