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래도 희망은 제조업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미래가 두렵다 성윤모 지음/ 마이넌 펴냄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 특히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나가겠다고 아우성이다. 툭하면 파업이다 임금인상이다 해서 경영여건이 나빠지고 있는데다 기업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잘잘못이 어디에 있든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하든지 아니면 정말로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때 `제조업은 영원하다`며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던 일본은 지난 10여년간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5~6년전 인터넷 등 IT혁신의 바람을 제대로 탄 것 같지도 않고 제조업분야에서 특별한 성장동력을 찾은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여전히 손에 기름 때 묻히고 머리에 먼지 뒤집어 쓰며 제조업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은 가까운 장래에 뭔가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이 들게 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무형의 정보산업에서는 다소 뒤졌지만 조만간 로봇산업 등에서 다시 명예를 회복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책 `한국의 제조업은 미래가 두렵다`는 산업자원부에 근무하는 성윤모 서기관이 최근 2년동안 일본 현지에서 몸소 느끼고 관찰한 일본 제조업의 현주소와 생존전략에 대한 보고서이다. 아울러 소득 2만달러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심각한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는 국내 제조업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성찰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총 180명의 직원중 90%가 20대이고 많은 사람들이 유명대학을 졸업한 일본의 작은 중소기업 잉크스에 주목한다. 지난해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다녀가기도 한 이 업체는 3D산업의 하나인 금형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못지 않은 기술연구센터와 IT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한 이 회사의 경영방식은 금형업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을뿐 아니라 기술력은 고사하고 인력난에 허덕이는 국내 제조업의 현실을 반성케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잉크스는 제조업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지식의 디지털화에 성공한 모델 케이스로서 제조업이 지식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 밖에 소니, 도요타, 캐논 등 꾸준히 제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의 기업들을 통해 저자는 `제조업은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저자는 아직도 일본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이 비록 급변하는 환경에 비해 내부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느리긴 하지만 일찍부터 IT인프라의 확충과 이의 제조업부문에의 응용에 주목하여 왔고, 단순히 고립적인 IT분야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이 아니라 이를 통한 전산업부문에서의 효율성과 창조성의 제고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한국이 지난 20세기 후반부에 제조업을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던 것처럼 앞으로 21세기에도 제조업을 통한 선진국가 진입의 기회를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의 글로벌화와 동북아 경제권 형성을 위한 금융등 제도적 환경정비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정보혁신 시스템의 완성 ▲기술혁신 전략과 인력정책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기업들에게도 ▲고객ㆍ시장중심으로의 인식의 전환 ▲생산ㆍ조립분야에서 컨텐츠ㆍ연구개발ㆍ마케팅 분야로의 진화 ▲경영방식의 선진화와 윤리경영체제 정비 등을 시급히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관련기사



강동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