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구대 암각화, 해법은 못찾고 보존 갈등만 커진다

문화재청 "세계유산 등재 악영향… 수위 낮춰 침하 막아야"<br>울산시 "식수 부족 고려 생태제방 설치가 더 효과적" 맞서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보존 방안을 놓고 대립 중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소재 반구대 암각화. 11일 문화재청이 언론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답사에서 참가자들이 유적을 살펴보고 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를 놓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현장답사에서 박맹우 울산시장은 “문화재청은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앞서 시민들의 식수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지난 10여년동안이나 이 문제를 놓고 지루한 공방을 벌여왔다. 문화재청은 태하강 지류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근 사연댐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울산시는 수위를 낮추면 당장 울산시민의 식수가 부족해진다며, 생태제방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사연댐의 수위는 평소 해발 40~60m, 반구대 위치는 53~57m다. 문화재청은 수위를 8m 정도 낮춘 52m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댐 저장용수가 급격히 줄게 된다. 댐 구조상 저장수량이 아래는 적고 위에는 많은 깔대기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시민이 필요한 식수량은 33만톤 규모로, 이미 사연댐의 수량이 부족해 낙동강에서 6만여톤을 끌어다 쓰고 있다. 여기에 수위까지 낮추면 추가로 3만톤을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수위를 낮추면 당장 필요한 6만톤에 더해 2020년까지 수요가 늘어날 양을 포함 총 12만톤을 확보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울산시의 생태제방 안에 대해 공사를 위해 길을 내고 제방을 쌓는 과정에 주변 환경을 해치고 진동이 발생해 암석 침하가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제방이 공기 흐름을 막아 통풍문제, 즉 암각화로의 습기 및 이끼 발생 가능성도 지적한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관련기사



이에대해 울산시는 이미 모세관현상으로 암석이 물을 빨아들여 수위 조절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 댐 수위를 낮추면 강물 유속이 10배 가량 빨라지고 부유물과의 충돌로 인한 훼손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암각화에서 80m 위치에 높이 10~15m, 길이 450m 규모의 둑을 쌓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한국수자원학회에 의뢰한 수리모형실험에서 생태제방 조성이 암각화 보전에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며 “삼성중공업 등 대형 건설사에 문의한 결과 진동 없는 공사 진행이 가능하고 토사도 이미 반구대 앞에 쌓인 것을 활용하면 돼 어려울 것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은 점점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연중 절반 이상의 기간 동안 전체 혹은 일부가 물에 잠기고 드러나기를 반복하면서 침식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암각화는 전체 300여점 중 20여점 정도만 육안으로 확인되는 수준이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반구대 암각화는 매년 4개월 정도는 완전히, 또 4개월 정도는 절반 정도 침수된다”고 설명했다.

울산암각화박물관 이상목 관장은 반구대 암각화의 중요성에 대해 “현재 인류의 고래사냥(포경)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존 기록을 2,000~3,000년 앞당겨 기원전 3,000년전 고래사냥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해양사나 포경 관련 세미나ㆍ심포지엄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는 것이 반구대 암각화일 정도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변 가로 10m, 세로 3m의 바위면에 포경ㆍ사냥 장면과 고래ㆍ가마우지ㆍ호랑이ㆍ사슴 같은 동물 300여점의 그림이 세겨져 있다. 신석기~철기시대(기원전 7000~2000년) 작품으로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을 담은 최고의 걸작품이라는 평가다. 또 가까이 ‘천전리 암각화’(국보 147호)가 있다. 선사시대 인물상과 추상 암각화, 삼국시대ㆍ통일신라시대 글씨 등이 새겨져 있다. 주변의 공룡 발자국 화석도 일대에 산재해있다.

문화재청은 이 일대를 ‘울산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묶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 중이다. 현재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올라가 있는 상태로, 정식 등재에는 주변 환경 보존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재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