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주의의 문제도 아니고, 근본주의자가 휘두르는 폭력의 문제도 아니다."
철학자인 저자는 지난 1월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총기 난사사건을 이렇게 평가한다. 당시 많은 사람이 이 사건을 신성모독에 대한 근본주의자들의 보복으로 분석했다. 저자는 그러나 분석의 시각을 다른 각도로 돌린다. 그에 따르면 샤를리 에브도는 도발적인 만평이 테러나 방화 등 위협으로 돌아왔을 때만 이슈가 돼 판매가 반짝 급증하는 매체였다. 신의 위엄을 널리 알리려 했다면, 왜 테러범들은 한물간 잡지사 만평에 분노한 것일까.
저자는 이런 사건의 핵심 원인은 '그들 스스로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그들(서구·자유주의)보다 우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정치적으로 자신이 올바르다고 확신하지만, 오히려 그 태도가 스스로를 화나게 하고 복수심을 품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이슬람교 사이에서 양쪽을 이간질하며 해법을 모색한다. 그는 "자유주의적 방임과 근본주의의 대립은 결국 가짜 대립"이라며 "두 세력은 상대를 전제하면서 서로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이어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 즉 자유와 평등을 구하기 위해선 '형제처럼 자유주의를 돕는' 갱신된 좌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슬람 근본주의와 서구 자유 민주주의의 비교 서술부터 이슬람 파시즘과 테러의 근본적인 연결성에 대한 고찰이 돋보인다.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