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후변화의 경제학]<2부-5> 원자력, 기후변화시대 총아인가

"매력적 대안" 불구 안전성등 논란 클듯<br>석탄발전 原電 대체땐 이산화탄소 年 1억톤 감축 가능<br>그다음 비중 큰 산업·수송분야선 감축여력 없어<br>원료 고갈·처분장 문제등도 사회적 합의 이뤄야




지난 2007년 12월18일. 모두가 하루 뒤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집중하던 시간, 정부는 의미 있는 보도자료 하나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4차 종합대책’이 바로 그것이다. 4차 대책에서 정부는 “어떠한 형태이든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2008년 중 대외적으로 설득력 있는 전향적인 중ㆍ장기적(2020~2050년) 감축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4차 대책에서 정부가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은 이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원자력 사용 확대’였다. 당시 대선에 몰입한 언론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정부는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이 같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당시 원자력 비중 확대를 대책의 주요 포인트로 넣자는 주장과 제외하자는 주장이 회의에서 맞섰습니다. 그러나 결국 원자력을 강조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일단 기후변화 대책의 핵심 중 하나가 원자력 비중 확대라는 의제를 사회에 던지고 반응을 보자는 것이었지요.” 당시 4차 대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원자력 하면 체르노빌 사건 등 국제적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다. 바로 몇 년 전 부안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부안은 전쟁터였다. 그러면 정부가 왜 이 같은 아픈 기억과 격렬한 논란에 싸일 줄 뻔히 알면서도 원자력 비중을 확대한다고 나섰을까. 먼저 국제환경을 보자.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 스스로 ‘대외적으로 설득력 있고’ ‘전향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면 어디를 줄일 수 있을까. 수치로 보자. 2005년 기준 우리나라 총온실가스 배출량의 84.3%는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한다. 나머지는 산업공정 11.0%, 가축 분뇨 등 농업에서 2.5%, 폐기물에서 2.2%가 생긴다. 결국 에너지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전력발전용 33.0%, 산업용 32.0%, 수송용이 21.5%다. 이 셋을 합하면 86.5%다. 나머지는 가정에서 10.3%, 상업ㆍ공공ㆍ기타 부문에서 3.2%가 배출된다. 결국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전력발전ㆍ산업ㆍ수송 분야에서 줄여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경제성장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 ‘7% 성장’으로 당선된 이명박 정부에 있어 성장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7% 성장을 하라고 하면서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를 줄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결국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증가를 석탄발전 비중 축소, 원자력 발전 확대를 통한 발전 부문의 감축으로 상쇄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우리가 현재의 석탄발전을 모두 원자력발전으로 대체하면 약 1억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4년 우리나라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5억9,000만톤 대비 17%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원자력발전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원자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고 4기가 건설 중, 4기가 계획 중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전력수요에 맞추려면 오는 2030년까지 모두 20기의 원자로가 더 건설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상적인 원전 운전과정에서는 방사능 누출이 미미하지만 원전 사고는 원전 설계의 기술적 결함만이 아니라 원전 설비를 다루는 사람의 실수나 관리ㆍ감독 소홀에서 비롯될 수 있어 완벽한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확률은 낮지만 사고 가능성이 결코 없지 않고 한번의 사고가 너무나 엄청난 생태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밀집한 나라에서 원자력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당장 ‘사용 후 핵 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다. 중저준위 처분장은 마련됐지만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처분장에 대한 처리방침은 아직 미정이다.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이의가 제기된다. 윤 교수는 “안전성을 강화하고 핵폐기물 처리비용과 폐로(廢爐) 비용을 제대로 산정할 경우 경제성이 낮다”고 말한다. 원자력을 앞으로 얼마큼 계속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현재의 핵 연료 주기로 확인된 매장량으로는 85년간 사용이 가능하고 추정된 매장량을 포함하면 300년 동안 사용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다르다. 현재 약 60년 정도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재 중국ㆍ인도ㆍ동구권 등 개발도상국에서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짓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 고갈이 조기에 올지 모른다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우라늄 가격이 2000년 1㎏당 7달러 하던 것이 2007년 4월에는 113달러로 급등하고 있다”며 “우라늄의 고갈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원자력이 기후변화의 해법이 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자력 확대가 기후변화 시대의 중요한 해법으로 대두하고 있는 이상 이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핵심으로 부각시켜 안전성ㆍ원료고갈ㆍ처분장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