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획처 재정플랜 수립 "고민되네"

李당선인 20兆예산절감·균형재정 실현 공약에<br>인수위선 재원확보 방안 없이 정책 잇단 발표<br>일각선 "과욕에 空約수준 치닫고 있다" 지적

차기 정부가 ‘조(兆)’ 단위의 재정투입과 감세정책을 잇따라 예고함에 따라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산 20조원 절감이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더해 부처별 업무보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정에 추가 부담을 주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재정 플랜을 수립해야 하는 기획처의 부담이 증폭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기획처는 8일 인수위 보고에서 차기 정부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제시하기보다 객관적인 분석과 공약에 대한 신중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7일 “수많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짚어보고 정리하기까지는 예산절감 방안을 세우기 어렵다”며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참여정부에 수립된 2008~2012년 중기 국가재정운영계획은 상당폭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재원배분이 이뤄지는 오는 4월까지 기획처가 고민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예산동결 7조2,000억원 ▦세출예산 낭비요인 척결 및 우선순위 조정 6조8,000억원 ▦최저가낙찰제 적용 3조원 ▦민자 확대, 공기업 출자 채권발행 전환 및 민영화 3조원 등 20조원의 예산절감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참여정부 이후 150조원 넘게 늘어난 국가채무를 현행 300조원 수준으로 유지해 균형재정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게다가 당선인의 공약만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인데 최근에는 인수위도 재정투입 및 감세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농림부 업무보고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소득보전직불예산을 5조원 이상으로 증액할 것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이 당선인이 대선공약에서 제시한 농어촌 보상기금은 3조5,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인수위는 농림부 책정금액인 2조원은 물론이고 당초 공약보다도 1조5,000억원이나 재정 투입액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주택거래 취득ㆍ등록세율을 2%에서 1%로 낮추겠다는 정책방안에 대해서도 세수 감소폭이 1조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인수위 측은 이렇다 할 보완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금이 줄면 그만큼 거래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 않은데 세율을 조금 낮춘다고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민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반도 대운하 역시 민자로 추진할 경부운하를 제외하더라도 2조5,000억원 규모의 호남ㆍ충청운하는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져 정부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 내년 초 착공해 이 당선인이 임기 내에 운하사업을 마무리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6,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이렇게 재원확보 방안 없는 수조원대의 재정투입 정책과 함께 국민 부담을 경감하겠다며 세금을 대폭 낮추겠다는 정책이 줄을 잇자 일각에서는 당선인의 공약에 인수위의 과욕이 더해져 ‘공약(空約)’ 수준으로 치닫는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산 20조원 절감과 균형재정 실현이라는 난제를 떠맡게 된 기획처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지금 상태에서 어떻게 공약을 맞출 수 있겠느냐”며 “일단 정부조직 개편이 마무리되고 정책이 확정돼 변수가 정리되기를 기다려야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8년 수정예산을 어떻게 가져갈지, 20조원 절감과 균형재정이라는 공약을 어떻게 맞출지 기획처 입장에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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