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보화와 스피드/이계철 한국통신사장(로터리)

이제는 골동품처럼 돼버려 찾아보기도 어려운 물건중에 「주판」이라는 것이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눈에 띄더니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30∼40대 이상 장년층에게는 향수와 더불어 과거의 추억이 깃든 물건일테지만 10대나 20대 대부분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를 것이다.이런 주판은 컴퓨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전자계산기가 등장하면서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컴퓨터도 애초에는 전기를 사용치 않고 수동으로 조작했다. 그러던 것이 전기·전자화되면서 계산속도가 빨라지고 문서편집·게임 등의 기능에 최근에는 통신기능까지 부가되면서 정보사회의 총아로 자리잡게 되었다. 정보사회라는 쌍두마차를 이끄는 두마리 말중 하나가 컴퓨터라면 다른 하나는 통신이다. 통신은 처음에는 연기, 화살, 연 등을 사용해 이루어졌으나 차츰 봉수대, 파발마, 우편제도로 발전했으며 마르코니의 무선전신과 벨의 전화발명으로 마침내 광속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정보화의 역사는 이렇듯 보다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속도와의 전쟁의 연속이었다. 현대는 초를 다투는 명실상부한 광속시대다. 컴퓨터는 전자를 이용해 광속으로 계산을 수행하고 각종 정보와 자료 전달 또한 광통신을 이용해 광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자문서및 전자화폐 등을 이용한 전자상거래와 전자결재 등 실물의 이동보다는 전자화된 가상물질의 유통이 주종을 이루게 될 것이며 공간적, 시간적 비효율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보사회에서 스피드는 경쟁력의 필수조건이다. 우리의 경우 산업사회에서의 고속성장만큼이나 정보사회의 하부구조를 갖추는 것도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스피드만으로 정보사회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힘들다. 정보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그보다 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스피드한 하부구조에 흐를 내용이다. 내용이 부실한 것은 스피드하게 왔다가 그만큼 스피드하게 사라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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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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