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 대통령 “한보 우울증”/어제 아리랑TV 개국식 참석 취소

◎설연휴 「청남대 휴식」도 여론 의식김영삼 대통령은 3일 하오로 예정되어 있던 공식일정 하나를 갑자기 취소했다. 외국인을 위한 케이블 TV방송인 아리랑 TV개국식에 참석하려던 계획을 이날 상오 10시께 취소한 것이다. 윤여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만한 행사가 아닌 것으로 판단돼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최근 한보사건 등으로 뒤숭숭하기만 한 청와대의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연일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자괴감마저 안겨주고 있는 최근의 사태 속에서 대통령이 한가하게 케이블 TV개국식에 참석하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청와대 비서관들의 모습과 표정은 요즘 한결같이 착잡하고 무겁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표정이다. 노동관계법 재개정문제는 아직 국회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고 있으며 거기에 한보라는 핵탄두를 맞은 청와대는 대통령 이하 전 직원들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일부 수석비서관들의 발언이 기사화되면서 청와대 당국과 언론간에 긴장관계마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김광일 비서실장 등 일부 수석비서관들은 당분간 기자들과 만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언론과의 접촉에서 건진 것은 없고 잃은 것만 많다는 손익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한보사태 수습에 바쁜 이석채경제수석은 부실은행 지원과 관련된 발언이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어 야당이 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빚어지자 매우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 있다. 경제비서실 관계자들은 『안 그래도 죽을 지경인데 정말 너무한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설연휴 때 청남대에 가면 여론이 어떻게 받아 들이겠느냐』고 물었다. 김대통령이 설연휴조차 편히 쉬기는 틀린 것 같다는 이야기다.<우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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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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