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는 27일 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등을 통해 선거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날 국세청 국감에서 이건춘(李建春) 국세청장이 「세풍(稅風)」사건과 관련, 『검찰 수사와 이에 대한 재판이 종결되면 그 결과에 따라 (지난해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제공한 현대, SK, 동아건설 등이)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발언이 미칠 정치적 파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김재천(金在千)의원은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세무조사를 할 경우 한나라당에 누가 정치자금을 제공하겠느냐』며 『李국세청장을 출석시켜 진의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차례 정회를 한뒤 국세청(본청)에 대한 국감이 끝난 만큼 李청장이 언론에 해명자료를 제출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일단락했다.
여야는 그러나 여당 의원들이 지난해 OB맥주에 대한 주세 징수유예가 적법한 것이었는지,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조달차원에서 이뤄졌는지를 밝히기 위해 당시 인천지방국세청장이었던 강일형(康一亨) 영등포 세무서장을 출석시키자고 주장하는 바람에 다시 정회소동을 빚었다.
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몇차례 난항을 겪은뒤 의원들은 세무공무원의 비리근절 및 음성불로소득에 대한 세원관리 강화방안, 중소기업 지원방안 등을 집중 추궁했다.
국민회의 한영애(韓英愛)의원은 『세수확보와 세정개혁 차원에서 최소한 과특배제지역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사업자나 과세특례사업자가 신고한 매출사항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회의 정세균(丁世均)의원은 『대구청과 대전청이 청구, 경성그룹에 대한 세무관리를 소홀히 해 대형 비리사건을 막지 못했다』며 지적했다. 丁의원은 이어 『고속도로관리공단과 하도급업체들이 휴게소 부지조성공사를 하면서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꾸며 부가가치세 56억원을 탈루했다』며 중부청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김재천(金在千)의원도 『97년부터 올 8월말까지 세무공무원들이 세금을 부족하게 징수하거나 부당하게 환급한 금액이 6,220억원(건당 평균 1억2,800만원)에 이른다』며 세무비리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민회의 정한용(鄭漢溶)의원은 『국세청이 지난 9월 제조, 수출, 수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 유예조치를 취한다고 했으나 일선 중소기업에서는 전혀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항의가 많다』며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박명환(朴明煥)의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세계 300대 우량중소기업에 1개도 포함돼있지 않은 것은 각 일선 세무서의 업무과욕에 의한 세무조사 강화 등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따졌다.【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