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윤규 현대 부회장의 퇴출에 불만, 현대와의 사업중단을 시사한 협박성 담화를 발표한 것은 경제협력의 기본원칙조차 내팽개치려는 북한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과의 경제협력사업이 얼마나 위험성을 안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21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현정은 현대 회장에게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비상식적인 협박성 돌출행동은 남북경협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다.
현대로선 자칫 그동안 북한에 투자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은 7대 협력사업 합의 조차도 관계했던 인물이 다 사라졌으니 구속 받을 이유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어 대가로 지불한 5억달러만 날릴 판이다. 그렇다고 현 회장이 ‘종기’로 비유한 김 부회장의 퇴진을 트집잡아 현대를 길들이려는 북한의 요구에 응할 수도 없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국제무대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남북한 협력사업에까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기업의 인사까지 간여하고 사업을 계약서와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진행하려 하고 협박까지 한다면 어느 기업이 북한과 사업을 하겠는가. 개성과 백두산관광은 현대가 아닌 다른 대상과 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뜻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계약을 어기고 그것도 부족해 상대기업을 길들이려 한다면 남북경협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북한에 투자해 재미 본 기업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돈 지 오래다. 문제가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지 협박부터 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미국과 한나라당까지 걸고 넘어지는 것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정부도 북한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 된다. 이번 현대 사태는 한 기업의 문제로 만 보기 어려운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북한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한 현대에 대한 북한의 협박과 억지를 막지 못할 경우 남북한 경제협력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