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투자의 창] 더블크림 오레오 쿠키 현상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대안상품부 이사


세계인이 좋아하는 과자 중에 '오레오'라는 쿠키가 있다.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 크래프트푸드(KRAFT FOOD)가 만드는 과자로 미국과 우리나라 등 전 세계에서 인기가 높다. 원래 최초의 오레오 쿠키는 검정색 쿠키 사이에 화이트크림이 들어 있는 샌드위치쿠키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더블크림 오레오 쿠키'가 출시됐는데 쿠키 사이에 크림이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를 넣은 혁신적(?) 쿠키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물론 이에 따라 크래프트푸드의 매출은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기존의 오레오 쿠키와 완전히 차별되는 본질적이고도 혁신적인 제품은 아니었다. 이렇게 부분적으로는 진보했으나 완전히 혁신적이지 않은 제품에 대해 거는 기대를 마케팅 전문가들은 더블크림 오레오 쿠키 현상이라고 한다. 즉 약간의 발전은 혁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인터넷 혁명은 정보기술(IT) 산업은 물론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가히 혁명적 변화를 불러왔다. 이런 혁신이 가능했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었다. 소위 '무어법칙'을 넘어 '황의 법칙'이 지배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 집적도의 급진적 변화는 초기에는 혁신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약간의 발전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 초기 PC 산업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였지만 실질적인 성장동력은 게임ㆍ미디어 등 콘텐츠 산업이었다. 이후에도 이들 콘텐츠를 구현할 정도의 반도체 집적도가 필요했을 뿐 그 이상의 혁신은 약간의 발전에 지나지 않았다.(실제 2000년대 이후 PC 교체 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 이후 진행된 모바일 혁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애플과 삼성전자의 경쟁구도 속에 하드웨어적 혁신은 기존의 콘텐츠를 충분히 소화할 정도가 되면서 이제부터 나오는 모바일 혁명은 약간의 발전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관련기사



지금 미국 주식시장은 매우 들떴다. 사상 처음으로 다우지수가 1만6,000포인트 선을 밟았고 S&P500 지수도 1,800포인트를 넘어섰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지명자는 "현재 미국 증시는 과열이 아니다"라고 했고 워런 버핏은 "시장이 합리적인 영역에 있다"고 말하는 등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버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컨은 "주가가 오르는 것은 실질적인 경영 성과가 좋아서가 아니라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하는 등 투자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결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저금리 기조로 늘어난 유동성이 주식시장의 거품을 불리고 있다면 이로 인한 주가 상승은 더블크림 오레오 쿠키 현상처럼 주식시장에서의 약간의 발전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