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7월 31일] 조준선 정렬과 정조준

목표물을 맞히려면 조준선을 정렬한 후 정조준해야 한다. 사격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정조준보다 조준선 정렬이 훨씬 중요하다. 자꾸만 과녁에 빗나간다면 영점을 확인하고 조준선을 재정렬해야 한다. 급한 김에 오차를 상쇄하려고 오조준하는 편법을 쓰기도 하지만 잘 안 통한다. ‘변화’ 시대의 화두이다. ‘변화’의 본질은 ‘상대성’에 있다.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다. 시대의 문맥이 변하면 참은 거짓으로 변한다. 상투 틀고 짚신 신은 조선 사람은 평범 그 자체이지만 21세기 한국에서는 기인 취급을 받는다.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라고 배웠지만 비유클리드기하학에서는 180도를 넘을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풍선 표면에 그린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가 아니다. 성공의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빌 게이츠와 잭 웰치는 시대의 변화를 먼저 깨달아 조준선을 재빨리 정렬한 사람들이다.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를 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기업이건 사람이건 고정관념의 틀을 깨지 못하면 도태된다. 이미 틀어져버린 조준선을 고수하며 과녁만 맞히려 안간힘을 쓴다. 안 되면 오조준까지 해가며 과녁과 씨름한다. 정부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근래 글로벌 경기 둔화와 유가를 포함한 에너지와 곡물 가격 급등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날로 어려워져간다. 이러한 악조건 아래서도 정부는 비용절감이라는 과녁을 명중시켜야 한다. 정부예산 절감의 최선봉을 지키는 조달청은 어떻게 조준선을 정렬해야 할 것인가. 조달청은 과감한 기능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조달청이라는 이름도 바꾸려 한다. 지난 1949년 임시외자청을 거쳐 1961년 조달청으로 태어났으나 그간 5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는 그동안 빗나간 조준선을 다시 정렬해야 할 시점이다. 조달청이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규모나 내용은 조달청의 새로운 탄생이라 할 만하다. 과거에는 ‘예산 편성’과 ‘집행’이 국민 세금의 효율적 집행이라는 과녁을 향해 정렬된 조준선이었다. 예산은 비록 복잡다단한 편성과정을 거치지만 완성되는 예산 규모는 여전히 최적화되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예산낭비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근래에는 성과관리를 기본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등 ‘예산편성’의 합리성이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예산집행’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 집행수단인 물품과 공사의 입찰과 계약과정은 투명함이 어항에 비견될 정도이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역경매 도입과 같은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을 대폭 절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편성과 집행체제에서 예산절감은 종종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상황으로 비유되곤 한다. 조달청의 기능조정은 그동안 소홀히 다뤄진 ‘국유재산 관리’와 ‘재정집행 관리’를 종합적인 시각에서 재정리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국민의 혈세를 아끼기 위한 돌파구로 새롭게 정렬한 조준선이다. 장부 가격 200조원, 남한 면적의 25%에 달하는 500만여 필지의 국유재산은 관리가 소홀했었다. 무단으로 점유하고 버젓이 건축허가까지 내거나 시세와 동떨어진 장부가격으로 매각한 사례도 있다. 이제 국유재산은 더 이상 과거 방식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 앞으로 정부는 정부 소유의 막대한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정수입을 올리고 동시에 도로나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할 때 이를 다른 토지와 교환하는 방법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재정집행 과정은 또 어떠한가. 무려 20조원에 육박하는 국고보조사업과 출연사업, 50조원 규모의 예산사업은 사후관리가 부실해 성과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수해복구 사업과 같은 특수사업의 경우 긴급성과 시의성(時宜性)을 이유로 예산이 과다 계상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개의 건설사업들은 매년 총사업비를 수정해 사업비를 늘려나가는 경향이 있다. 조달청에서 시설ㆍ건축ㆍ기계 등 전문인력을 활용해 이런 사업들을 현장에서 점검하고 문제점을 제거해 재정집행이 최적화되도록 하겠다. 이처럼 앞으로는 조달청에서 국유재산과 재정집행 과정 점검이라는 조준선을 정렬하고 나라 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려 한다. 동시에 ‘상투 틀고 짚신 신은’ 격의 ‘조달청’이라는 이름도 이러한 변화에 걸맞게 ‘재정관리청’으로 바꾸려 한다. 새로운 재정관리청이 백발백중의 예산절감 명사수가 되기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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