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의 70%가 연계된 EBS 수능교재의 오류가 계속되면 수능 자체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됩니다." 최근 EBS 수능 외국어영역 교재의 문제점을 정리한 '바보야, 문제는 EBS야!'를 출간한 최성수(42ㆍ사진, 필명 정재영) 타임교육대입연구소장은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오류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EBS 수능교재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10년 이상 수험생의 대입자문을 해온 그는 책을 통해 수능 외국어영역 교재의 문제점을 네 가지로 압축했다. 지문이 시험시간 안에 읽기 어려울 정도로 길다, 어휘수준이 너무 높다, 철학ㆍ경영학 등 전문가용 지문이 많다,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지거나 근거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등 내용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 등이다. 그는 "문법적 오류는 차치하고라도 서울대 의대, 경희대 한의대생 등 공부 잘한다고 소문난 학생들도 모르는 단어들이 교재에 수두룩하다"며 "특히 특정 종교를 비하하는 듯한 지문 등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나 철학과 학생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서에서 발췌한 지문 등도 자주 발견돼 과연 누구를 위해 만든 교재인지 궁금할 뿐"이라고 말했다. 책은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EBS를 대안으로 선택했지만 교재의 오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터라 출간 첫 주에 청소년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EBS와 수능의 연계율을 높여 얼마나 공교육이 튼튼해지고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는지 묻고 싶다"며 "되레 다수의 전문가들이 숙고 끝에 제작해 국가검인을 거친 교과서를 내팽개치고 EBS 교재풀이로 수업을 대신하는 학교도 많다"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이어 "수능을 20여일 앞두고 정부가 오는 27일 최종 정오표를 다시 발표한다고 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수험생을 지도하는 교사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은 교재 제작과정에 대한 검증 없이는 오류를 바로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어영역에서만도 매년 1,500문제 이상을 새로 만들어해내는 EBS 수능교재의 제작 시스템에 대한 검증 없이 수능 연계율 높이기만 강행해 잠재된 오류가 드러난 격"이라며 "학생들이 문제은행 형식의 EBS 수능교재의 답을 외워 시험을 준비할 정도다 보니 지식습득과 학습능력 검증이라는 시험의 기본개념조차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또 EBS 교재 때문에 우수한 교재들이 실종된 것도 학생들에게 큰 손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사교육을 대신할 정도로 우수한 교재들이 많았지만 EBS 교재가 점령한 뒤부터 좋은 교재를 만나기 어렵다"며 "이는 공정경쟁에도 위반된다. 우수한 교재를 출간했던 전문 출판사들은 교재매출이 줄어들자 더 이상 연구에 힘을 쏟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EBS 교재의 오류 때문에 학생들이 국가공인시험을 불신하고 더 나아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며 "EBS 교재와의 연계율을 높이는 것은 독점만 심화시킬 뿐 공교육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