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회의 상황에서 민주당의 대응이 지리멸렬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뒤늦게 자성론을 폈지만 상황이 쉽게 개선될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지도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사안은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 석방요구 결의안 가결에 일부 소속 의원들이 가세한 점.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의안 상정을 예상하지도, 따라서 아무 대책도 마련할 수 없었음을 실토, 실소를 자아냈다.
조순형 대표는 “반대 당론을 정하긴 했지만 결의안이 상정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명 투표를 했으면 부결됐을 것”이라고 뒤늦게 후회했다. 그는 “국회가 자정능력을 결핍했고 제 식구 감싸기만 하고 있다”고 예의 `바른 소리`를 냈지만 공허하게 들렸다.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지도부의 `무대응`을 비판하고 나서고, 고위 당직자는 이를 반박하는 볼쌍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박상희 의원이 “투표 때 차라리 퇴장했어야 옳았다”며 지도부를 겨냥하자, 강운태 사무총장은 “민주당 의원들은 많이 반대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러자 함승희 의원은 “10억 받은 사람을 석방하면서 또 다른 돈 받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거듭 지도부에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한ㆍ칠레 FTA 비준동의안과 이라크 파병동의안 처리 무산에 대해서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
유용태 원내대표는 FTA 문제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고 열린우리당이 우왕좌왕했다”고 책임을 떠넘겼고, 파병안에 대해서도 “청와대 내에서 찬반 갈등을 빚었고 국방위원장이 고의로 지각하는 등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며 남의 탓만 해 눈총을 받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