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장동력 소비·건설 위축, 전망 어두워

■ 성장세 본격 둔화 가능성수출에만 의존 외부환경 변화에 더 약해질듯 내수활황에 힘입어 상반기까지 괜찮은 모양을 그렸던 우리 경제가 3분기부터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꺾일 조짐이다. 한국은행은 내수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10,11월 수출이 두릿수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연말경기도 걱정할 게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경제를 받쳤던 가계소비와 건설경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 등으로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주장은 그리 썩 설득력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3분기 우리 경제가 6.7%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관측했으나 실제로 성적을 매겨보니 5.8%에 그쳤기 때문이다. 성장률전망치가 0.9%포인트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대단한 오차다. 그래서 우리 경제의 전망이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 민간연구소와 업계에서는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우리 경제는 소비 및 건설투자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3분기부터는 이런 기조가 흐트러졌다. 소비는 둔화되고 건설투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론 하반기들어 수출이 크게 신장해 성장을 받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단행한 조치의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자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은 콜금리 등 거시정책기조를 변경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계대출 급증 등에 대해서는 미시적 정책 수단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비ㆍ건설위축이 주요인 3분기 성장률이 2분기에 비해 떨어진 것은 건설업 및 농림어업의 부진, 소비둔화 때문이다. 여기에는 태풍 등 자연재해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한 몫했다. 건설업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투자 감소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했다.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 및 상가 등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뤄진 반면 도로ㆍ항만 등에 대한 투자가 태풍 영향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농업은 수해 및 벼 재배면적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3.6% 감소했고 어업도 러시아 어획쿼터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태풍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나 줄어들었다. 소비증가세도 둔화되는 추세다.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6.1%로 ▲ 1ㆍ4분기(8.4%) ▲ 2ㆍ4분기(7.6%)에 비해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은 당국자는 "건설투자는 4ㆍ4분기에 추경예산 집행 등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소비위축'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 성장기조는 여전히 지속 소비 및 건설이 잔뜩 움츠러들고 있지만 제조업 생산이나 서비스 활동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수출도 4ㆍ4분기 들어 20%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4분기 성장률이 3분기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실제로 3분기에는 농림어업부문을 제외할 경우 GDP가 전년동기보다 6.4% 늘었다. 이는 2분기 비농림어업 GDP 성장률(6.7%)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비농림어업 GDP가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은 제조업 생산 및 서비스업 성장 때문이다. 3분기 중 제조업 성장률은 6.7%로 2분기(6.4%)보다는 소폭 상승했다. 또 주5일 근무제 영향으로 음식ㆍ숙박ㆍ레저업이 활기를 보이는 가운데 서비스업도 9.0%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 외부환경변화에 더 취약해질 듯 앞으로의 성장은 수출이 이끌어나갈 수 밖에 없다. 가계부실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소비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소비진작을 위해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수도 없고 그럴 여력도 없다. 건설도 4ㆍ4분기에는 추경예산 집행 영향으로 다소 신장될 수는 있지만 내년으로 넘어가면 다시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나 늘어났다. 이는 올 1ㆍ4분기(1.8%)나 2분기(11.6%)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10월 이후에도 수출은 20%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은 외부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수출증가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일 30개 회원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의 전망치(3.0%)에 비해서는 0.8%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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