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보이지 않는 손을 만드는 작은 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세상에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을 선보였다. 중상주의적인 국가 간섭을 배제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효율적인 균형 상태로 이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가공할 힘을 가진 ‘보이지 않는 손’도 시장에 관한 바르고 풍부한 정보가 없다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바르고 풍부한 정보 중 대표적인 것이 통계라면 바로 통계조사에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응답자들의 작은 손들이 보이지 않는 큰손의 원천인 셈이다. 오늘도 가계조사의 표본으로 선정된 가구들은 매일의 소득과 지출 내역을 적어 통계청에 제공해준다. 말이 쉽지 가계부를 써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더군다나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요즘 같은 시대에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얼마나 돈을 벌고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속속들이 알려주는 것은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9,000 가구는 오늘 저녁에도 묵묵히 펜과 계산기를 들고 통계청 일계부를 꼼꼼히 메우고 있다. 이 분들이 성실히 응답해주지 않는다면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나 물가안정정책, 각종 복지정책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겠는가. 통계조사와 정책이 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면 좀더 생활에 가까운 것을 찾아보자. 여러분은 혹시 창업이나 회사의 영업전략으로 고심하고 있는가. 통계청은 상권을 분석할 수 있도록 통계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통해 그 지역의 거주자 특성, 유동 인구, 인접한 유사 점포 수 등을 서비스해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만약 그 정보가 잘못돼 있다면 통계청은 독신자가 많은 동네에서 아기 기저귀나 분유를 파는 가게를 열라고 권유하는 꼴이 된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각박해지기만 하는 세상, 통계청 조사원들은 종종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물 세례, 소금 세례, 욕 세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는 조사원들의 진정에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 역시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이기도 하다. 누가 응답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누군가에게 조사 협조를 부탁하는 조사원이 찾아갈 수도 있다. 그때 여러분의 손은 독을 쥐고 있을 수도 있고 약을 쥐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엉터리로 응답하거나 조사를 거부하면 대한민국 정책도 엉터리가 된다. 그 엉터리 정책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바로 나다. 주는 응답이 정확해야 내가 받는 혜택도 정확한 것이다. 통계조사표를 작성하는 여러분의 작은 손들이 실은 아틀라스처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있고 멋진 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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