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학에서 열린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해외취업설명회에 참석했다가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단연 화두는 취업이었고 연예계 이슈와 휴학 얘기 등도 오갔다.
대학생의 일과가 궁금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도서관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호기심이 발동해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고 물었다. 눈치만 볼 뿐 대답이 없었다. 그럼 지금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책이 무엇이냐고 다시 물었다. 한 학생이 토익교재, 공무원(공기업) 수험서라고 얼버무리듯 답했다. 친구들도 공감하는 눈치였다.
요즘 대학가 도서관에는 토익교재와 공무원 수험서 딱 두 종류만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이며,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딜레마다. 예나 지금이나 배움은 큰 미덕이고 책 속에 길이 있음은 만고의 진리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다수의 청년들이 진리 탐구나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보다는 ‘스펙(학력ㆍ학점ㆍ토익점수 등을 합쳐 이르는 말)’ 올리기에만 급급하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고용시장이 불안하니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고 노래했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고대 로마 시인의 읊조림처럼 몸이 젊어야 마음도 젊은 법이다.
20대는 인생의 황금기이며 도전과 모험정신이 가장 필요하고 왕성해야 할 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청년들은 토익과 공무원 시험에 청춘과 도전정신을 저당 잡히고 말았다. 취업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그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 책임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사회적 손실 또한 우리의 책임이다.
대학가 도서관 풍경을 생각하며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른 이카로스와 끊임없이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올려야 했던 시시포스를 떠올려본다. 청년들의 의지만으로는 지금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정부는 대안정책을 제시하고 기업은 창의적 인재를 채용해야 하며 청년들은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과 합의를 통해 청년들에게 토익교재와 수험서 대신 나이에 걸맞은 청춘과 열정을 돌려주고 잠자는 청년 도전정신을 깨우는 일이다. 도전하는 청년은 이카로스처럼 무모할지라도 돌을 굴리는 시시포스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