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체크] 묘향산 바둑, 바둑애호가 호승심 자극
하나로통신이 북한에서 수입해온 '묘향산바둑'은 바둑 두는 사람에게는 큰 관심거리다. 각종 세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북한의 '은별바둑'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기원에서 3급으로 인정받았다는 점도 바둑 애호가의 호승심을 자극할만 하다.
한국기원 공인 4급 실력으로 붙어봤다. 최상급 수준을 선택하고 컴퓨터에 대한 예의상(?) 흑을 넘겨줬다. 상대는 양화점으로 진지를 구축하고 곧 걸쳐왔다. 일단 화점이나 외목 등에서 펼쳐지는 초반 정석을 보니 기본기가 탄탄했다.
착점이 바로 이뤄지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기존 프로그램은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났었다. 어려운 장면에서도 정해진 시간 안에 착점을 했다. '컴퓨터 사고 제한'이 있어서 15초, 30초 등으로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능도 재미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암시'를 클릭하자 다음 수를 가르쳐줬다. 사실 다음에 그곳에 두려고 했는데. 똑똑하다.
포석이 마무리되자 대마를 끊고 싸움을 걸었다. 그런데 방어가 조금 느슨했다. 대마에 가일수라는 말이 있는데 자꾸 집차지에 치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막상 포위를 하니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자기 대마가 죽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끝내기 과정에서 몇번씩 대마쪽을 건드렸다.
대국이 끝나 땅차지(계가)를 클릭하니 백이 152집을 이겼다. 역시 기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대국을 했다. 이번에는 정석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둬봤다. 상대는 무리수에 대해 전혀 응징을 못했다. 귀가 완전히 굳혀진 상태에서 삼삼을 침입했는데도 10집 이상을 내고 살았다. 결국 4귀를 다 차지하고 중앙에서도 50여집에 달하는 큰 집을 장만했다. 더 이상 두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장난 치지 않고 순리 대로 둔다고 할 때 6~7급 정도의 기력이 될 것같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다른 바둑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탁월한 수준이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충분하다.
한기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