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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우승컵이 확보되었는가

제8보(90∼100)<br>○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3회비씨카드배결승5번기제1국>



대국자가 가장 잘 본다는 얘기가 있다. 60년대부터 일본의 평론가들이 자주 쓰던 말이다. 검토실의 고수들이 아무리 되풀이하여 논의하고 검토하여 가상도를 만들어도 그것은 빗나가는 일이 많다. 대국당사자의 집중력이 그만큼 월등하다. 대국자가 수를 가장 잘 본다. 구리의 백90을 예측한 검토실의 고수는 아무도 없었다. 이세돌의 흑91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90은 흑더러 참고도1의 흑1에 받아 달라는 주문이다. 그것이면 백은 2에서 6까지를 확실하게 선수로 둘 수가 있다. 여기서 이세돌이 91로 둔 수가 최선이었다. 이 응수를 구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백이 A로 3점을 잡으면 흑은 B로 살아서 만족이다. 구리는 우하귀를 더이상 건드리지 않고 실전보의 백92로 손을 돌렸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만약 이제 와서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내려서면 어떻게 되는가. 흑이 2로 받으면 백3으로 우하귀의 흑이 모조리 잡힐 것이다. 그러나 흑은 2로 받아주지 않고 A로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하귀의 흑집은 무려 10집이나 된다. 원래는 비기거나 패가 될 자리였는데 흑집이 10집이 생긴다면 백으로서는 너무도 억울한 일일 것이다. 흑93은 적절한 타협의 수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흑이 선방하고 있다. 미세하지만 흑이 앞선 모습이다. "끝내기는 이세돌이 앞서니까 우승컵이 거의 확보된 거나 마찬가지예요."(김만수) "그을쎄. 구리가 여간 끈질기지가 않으니까 끝나봐야 알지."(김영환)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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