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장, 재료·발효법 진화 맛의 새 장을 열다

<장: 고추장·된장>





대상 청정원 '100% 현미 태양초고추장'
웰빙에 맞춰 영양소 많은 현미로 만들어
'2단 발효 숙성' 통해 찰 지고 부드러워

샘표 '연두' 음식 고유의 맛 살려줘 인기
CJ제일제당, 수라상 볶음 고추장 재현
풀무원은 '매실+된장' 샐러드 소스 선봬



한국의 장(醬)은 요즘 유행하는 천연재료와 자연 발효 기술의 정수다.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음식의 가장 기본으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자연 숙성을 통해 재탄생한다. 여기에는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의 정성이, 그리고 본래 한국인 고유 느림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로써 한국의 장은 전세계 바쁜 현대인이 추구하는 느림의 미학을 집대성한 대표 한식인 셈이다. 가문 대대손손 간장, 된장 맛을 지켜오는 이들에게 우리는 장인이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로 한국의 장은 한식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그러나 최근 들어 웰빙 바람과 함께 저염식 바람이 불면서 장 시장은 주춤한 상황이다. 외식 시장이 커지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문화가 점차 줄었고 1인 가구가 확대돼 고추장 소매 시장은 2013년 1,800억 원 규모에서 지난 해 1,600억 원대로 감소했다. 이처럼 전통 장이 새로운 문화와 맞닥뜨리면서 본격적인 진화를 시작했다. 본연의 깊은 감칠 맛은 살리며 건강을 더해 현대식 장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 청정원이 선봉에 섰다. 대상은 고추장 대표 브랜드인 '청정원 순창'의 주원료를 기존 흰 쌀에서 현미로 바꿨다. 청정원은 2009년 밀가루 고추장이 주를 이루던 시장에서 '쌀 고추장' 카드를 꺼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데 이어 이번에는 100% 현미 태양초 고추장을 출시, 판을 뒤흔들 참이다. 이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니라 주력 제품의 원료를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현미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며 당뇨 및 변비 예방, 노화방지,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건강 곡물로 알려졌다.

청정원은 현미가 백미보다 영양소 함유량이 높고 발효된 현미가 소화가 잘 되지만 거친 식감 때문에 조리나 섭취 시 불편함이 있다는 점에 착안, 한국인의 전통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고추장에 현미를 더하기로 했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맛있으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대상 청정원 관계자는 "오랜 기간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현미와 태양초가 가장 맛있게 발효 숙성되는 조건을 찾았다"며 "현미 본연의 영양학적 성능 외에도 다년간 축적해온 발효과정을 통해 생긴 유기산, 아미노산 등도 포함해 '건강한 고추장'을 표방한다"고 전했다. 신제품은 매운맛 강도에 따라 '불타는 매운' '매운' '찰고추장' '덜 매운' 등 4개로 나눴고, 매운맛 기호도를 세분화한 자체 매운맛 등급제에 따라 라인업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대상 고추장의 노하우는 장류의 맛과 영향을 결정하는 종균에 있다. 대상은 전통 고추장 명인들이 몰려 있어 장맛의 명지로 꼽히는 전북 순창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입맛과 체질에 맞는 발효 종균을 자체 개발해 배양 중이다. 이를 위해 청정원은 이 곳에 순창 발효 미생물 센터를 직접 세워 최적의 생산 기반을 갖추고 목포대, 순창군 등과 손잡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에 매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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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항아리의 숨 쉬는 원리를 이용한 전통 발효숙성방식인 '항아리원리 발효공법'으로 인위적인 미생물 접종 없이도 양질의 효소를 활성화했다. '2단 발효숙성' '태양광 원리 살균공법' 등 청정원 순창고추장의 발효 노하우를 접목해 현미 특유의 거친 입자감 없이 찰 지고 부드러운 맛을 구현했다. 진중현 대상중앙연구소 식품연구실 실장은 "최근까지 다른 장류 기업들은 종균만 따로 생산하는 업체나 일본으로부터 종균을 받아 장을 만들었지만 대상은 1998년부터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우수 종균을 선별해 왔다"며 "이로써 과거 주원료를 밀가루에서 쌀로, 이번에는 현미로 바꾸는 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대상 청정원은 나아가 한국의 장맛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입이 한국의 매운 맛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처음에는 완제품 수출보다는 현지화된 특화 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노크했다. 지난해말 내놓은 수출용 순창고추장 '고추장 코리안 칠리소스'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고추장에 물성을 더해 소스처럼 다양한 서구요리에 첨가해 사용할 수 있다. 고추장 특유의 깊은 매운 맛과 감칠 맛 등 본연의 풍미는 유지하고 단순한 매운 맛을 내는 칠리소스와 차별점을 뒀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보리로 만든 고추장을 내놓고 향후 고구마 고추장, 귀리 고추장 등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또 음식의 맛을 내는 일반 고추장에서 나아가 바로 밥에 비벼 먹을 수 있는 비빔밥용 볶음 고추장인 '해찬들 약고추장'을 선보여 고추장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해찬들 약고추장이 과거 수라상에 올라가던 고추장을 재현한 제품이라는 특징을 살려 조선후기 요리서인 '시의전서'에 등장한 전통 비빔밥 골동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약고추장 골동반' 레시피도 함께 개발했다.

샘표도 요리에센스 '연두'를 선보이며 식품업계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연두는 100% 콩을 발효해 만든 순식물성 제품으로 건강한 맛내기를 선호하는 소비자 요구를 적극 반영했다. 콩을 발효해 얻은 천연 맛 성분인 펩타이드,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준다. 멸치, 쇠고기 등을 원물로 사용한 다른 조미료와 달리 자극적인 향으로 재료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풋내나 쓴맛, 비린내 등 좋지 않은 맛과 냄새를 잡아준다는 설명이다. 국, 찌개부터 조리, 볶음까지 다양한 요리에, 양념 전 식재료에 연두를 적당량 사용하면 깊은 맛이 살아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연두는 2010년 4세대 조미료라는 타이틀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당시 멸치, 쇠고기 조미료에 밀려 시장 안착에는 실패했다. 이후 샘표는 발효 기술과 제품연구를 통해 2012년 '요리에센스'라는 카테고리로 콩발효액 연두를 내놨다. 2012년 43억이던 매출이 지난해 171억원으로 뛰는 등 나날이 인기를 얻고 있다.

풀무원은 구수한 된장의 변신을 시도했다. 매실에 된장을 섞어 '쉐프메이드 매실된장 샐러드 소스'를 출시한 것. 된장에 참깨와 흑임자, 매실과즙을 넣어 고소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된장 베이스 소스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 된장 특유의 냄새가 적고 매실의 상큼한 맛이 어우러져 성인은 물론 평소에 된장을 잘 먹지 않는 어린이도 쉽게 먹을 수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쌈장 대신 삼겹살 및 목살, 오리구이 등 고기류와 함께 먹거나 샐러드와 나물 무침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색다르게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별미제품으로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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