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중국고섬 퇴출 우려 커진다

재무제표에 적힌 1,650억원 실제론 없어 <br>회계전문가 “해명 제대로 못하면 부적정 의견 불가피”


중국고섬이 회계보고서 재감사를 벌인 결과 은행 예금 잔고 가운데 1,7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국고섬의 퇴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중국고섬은 지난달 30일 장 종료 후 공시에서 “특별감사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의 중간보고에 따르면 2월27일 회사에서 공개한 감사 받지 않은 재무제표에는 은행잔고가 11억위안(한화 1,815억원)으로 기재돼 있지만 실제 은행잔고 총액은 9,300만위안(153억원)에 불과했다”며 “회사가 2월 공개한 재무제표에는 은행 부채가 1억5,700만위안(259억원)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 은행 부채는 2억8,500만위안(47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1,662억원의 예금이 행방불명 됐고 갚아야 할 돈은 211억원 더 늘어났다. 중국고섬의 회계감사법인인 언스트앤영(E&Y)이 지난 3월 제기한 은행예금 불일치가 3개월 만에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회계전문가들은 중국고섬이 명확한 해명을 못 내놓을 경우 감사법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감사기준적용지침에 따르면 감사인은 기업의 매출액과 자산 등을 감안해 중요성기준금액을 설정하고 이것을 왜곡표시금액과 비교하게 된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중요성기준금액은 회계사와 기업마다 다르지만 통상 연간 매출액의 10% 미만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중국고섬의 경우 왜곡표시금액이 지난해 매출액(3,334억원)의 50%에 육박한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왜곡표시금액이 중요성기준금액보다 많고 제대로 된 소명을 할 수 없는 경우 한정 또는 의견거절을 받을 확률이 높다”며 “모자라는 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왜곡표시금액이 발생할 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먼저 집행한 금액의 기재를 누락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분식회계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다소 신중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KRX는 감사보고서 마감 시한인 8월16일까지 사태를 지켜보고 감사보고서 미제출 또는 부적정 감사의견이 나오면 KRX 규정대로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KRX의 실무진들은 지난 5월 중국고섬을 방문해 ‘싱가포르에서는 감사보고서의 적정의견을 받지 못해도 상장폐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KRX에서는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을 확실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고섬의 퇴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가슴아미안해’를 ID로 사용하는 주주는 “중국고섬 상장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중국고섬 사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고 ID가 ‘진아이’인 주주는 “안 되면 감사의견 한정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고섬은 지난 1월 25일 유가증권시장에 2차 상장한 싱가포르 소재 섬유업체로 중국 자회사의 예금문제가 발생해 지난 3월23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에도 예금문제가 확인되지 않자 지난 4월 대표 등 경영진이 물러나고 특별감사인으로 PWC를 선임했다. 중국고섬은 감사를 위해 4월이었던 주주총회 일정을 6월과 8월로 2차례 연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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