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13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이는?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어찌 노래를 이리도 구성지게 잘할까. 며칠 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장사익(61)의 노래를 들으면서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컴퓨터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였지만 늦은 밤 심금을 울리며 무언가 가슴속에 있는 오래된 답답함을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장사익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니 흥미로운 점들을 많이 알게 됐다. 상고를 졸업하고 보험회사, 가구점 직원, 독서실 주인, 카센터 직원 등 무려 열 댓 개 직장을 전전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43세 때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태평소를 불면서 사물놀이패에 들어가 활동했고 뒤풀이마당에서 하도 노래를 특이하고 구성지게 불러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장사익 그는 지금 제2의 인생을 그 얼마나 멋지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얼마 전 외국의 과학자들이 '가장 행복한 나이는 몇 살?'이라는 주제로 조사한 결과 '74세'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가장 행복한 나이가 74세라니. 외국의 경우에는 인생에 대한 행복지수가 어린 시절에 가장 높고 나이가 들면서 낮아지다가 40대 중반에 가장 낮고 다시 노년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U자형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내 생각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희망을 포기하고 소외감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물론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행복하고 안정된 노후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우리만 못한 나라보다도 우리가 불행한 현실을 보면 꼭 경제가 행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리꾼 장사익은 꿈을 버리지 않고 살다가 결국 제2의 인생을 찾았고 그의 행복감은 계속해서 커진 것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요즘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색소폰을 배우고 합창동아리 활동을 하고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재능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하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기회가 되면 장사익 선생을 만나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면서 제2의 인생이 주는 행복감에 대해 얘기를 듣고 싶다. 나도 벌써 제2의 인생을 생각할 나이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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