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의 세가지 관심

최근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참여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뉴욕, 런던에서 국가IR를 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바람직스런 일이라 생각한다. 1998년초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어떻게 우리경제를 회생시키느냐가 온 국민의 최대관심사였다. 그 해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4월1일부터 26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ASEM이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당시 우리 정부는 아시아와 유럽 정상들에게 한국경제 회생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때 런던에서 재무관으로 일하던 필자는 최동진 대사를 모시고 ASEM이 열리기 수개월 전부터 영란(英蘭)은행, HSBC, 바클레이즈 스탠다드차터드 등 국제적인 금융기관CEO들을 한자리에 모아 우리 대통령께서 직접 국가IR를 할 수 있도록 동분서주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대통령께서 도착한 다음날 조찬간담회를 주선할 수 있었다. 그 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직접 한국경제 운영의 큰 틀과 정책의지를 설명해 참석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가 해외에서 한국경제를 홍보할 때 접하는 질문은 대체로 `남북문제ㆍ노사문제ㆍ대통령의 정책의지` 등 3가지로 모아진다. 외국인들은 한국경제의 건전성·안전성 평가시 이 3가지를 우선 고려한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북핵문제, 두산중공업 사태로 촉발된 노사불안, 신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불안감`이 이라크사태와 겹치면서 환율ㆍ증시ㆍ해외차입금리가 요동치는 등 금융불안이 실제 이상으로 증폭되고 있다. 다행히 북핵문제를 포함한 신정부의 국정운영방향을 적극 홍보해 해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상당히 해소됐으나 노사문제는 아직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듯하다. 필자는 노사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동서냉전이 극심하던 20세기 후반에 중국 문호개방, 베트남전 평화협정 및 미·소 데탕트 등 냉전종식과 세계평화를 이끌어낸 헨리 키신저의 교훈을 떠올린다. 어느 기자가 키신저에게 그 비결을 물었을 때 "상대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 있습니다"라는 것이 대답이었다. 간단하지만 촌철살인의 명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IMF외환위기 이후 다시 경제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지금, 냉정한 시각으로 한국경제를 감상하고 있는 해외투자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신뢰를 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노사관계의 안정에 있을 것이다. 노사화합은 구호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상호인정과 존중에 바탕을 두고 진솔하게 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결국 각자의 이해와 명분에 얽매여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영식(신용보증기금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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