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자금 수사유보… 각계 반응

◎청와대 “놀랍다… 검찰의 나라 살리기 차원 결정”/신한국당 “도저히 납득할수 없다… 조속 철회돼야”/국민회의 “수사유보 지극히 당연한 결정” 적극 환영/자민련­정당성 여부 판단 보류한채 “긍정적” 입장/재계 “기업 불안심리 해소 경제살리기 계기로”검찰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 관리설에 대한 수사유보를 선언한 21일 신한국당과 민주당 및 국민신당(가칭) 등은 대체로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스럽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국민회의는 적극 환영을 나타내 대조적인 분위기. 자민련도 검찰의 태도를 수긍할 수 있다는 태도여서 DJP 공조가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정경·산업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일제히 『놀랍다』를 연발하며 겉으로는 검찰의 결정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태도를 강하게 견지. 문종수 민정수석은 『검찰총장의 전권에 따른 결정』이라며 『검찰이 대선분위기와 경제위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자칫 비자금 수사를 할 경우 국론분열이 우려된다고 보고 나라를 살리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수석의 발언은 이번 결정이 「검찰총장의 전권」에 따른 것으로 김영삼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직접이든, 간접이든 김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 따라서 김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면 주가폭락과 잇단 기업부도등 현 경제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 ○…신한국당 지도부는 김태정 검찰총장의 이날 「기습」 발표에 허를 찔리기라도한듯 허탈과 분노가 교차하는 모습. 이날 아침 대변인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를 환영하는 논평까지 냈던 당 지도부는 검찰이 수사 착수도 해보기 전에 서둘러 유보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개입설까지 거론. ○…이날 당직자회의에는 이총재외에 강총장, 이해귀 정책위의장, 강재섭·김정수·신경식·하순봉·서상목·김영일 의원이 참석했으며 변정일 법사위원장도 배석. 회의가 끝난 뒤 강총장은 『15대 대선후로 비자금 수사를 연기한다는 검찰의 논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검찰의 이번 결정은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발표. 이사철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검찰의 결정은 사실상의 수사포기』라며 『김총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낙선한 이후에 수사를 하면 보복조치라는 국민적 오해를 초래할 것이므로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국민회의는 이날 검찰의 수사유보 방침 소식을 듣고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 특히 국민회의 지도부는 혹시나 DJ비자금 문제가 이번 대선에 악재로 작용할까봐 잔뜩 긴장하고 있는 시점에 『검찰이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며 호평. 정동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극히 당연한 결정으로 보며 동시에 적극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정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조작된 사실을 일방적으로 덮어씌우는 신한국당의 공세에 검찰이 혹시 온당치 못한 판단을 할까 우려했으나 검찰의 이번 발표는 일방적으로 여당의 정치공작에 말려드는 것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설명. ○…자민련은 이날 검찰의 DJ비자금 수사유보 결정에 대해 정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으나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검찰의 결정 배경과 이유에 대해 잘 알지못하고있다』며 『아마도 검찰이 수사상의 어려움과 검찰 자신의 입장을 고심하다 내놓은 고육지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대변인은 또 『검찰수사의 형평성과 공정성으로 미뤄볼 때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의 경선자금 등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검찰의 고뇌를 읽을 수 있는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 ○…민주당은 『정치논리가 법 위에 군림하는 현실을 입증한 것』이라며 『검찰측 처사는 한마디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강력 비난. 이규정 사무총장은 『대통령선거에의 영향을 우려해 수사를 유보하겠다는 것은 엄정한 법 집행을 해야할 검찰이 보일 수 없는 한심한 자세』라며 『만일 비자금 사건과 관련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김총재가 당선되더라도 다른 후보들이 승복하지 않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검찰의 결정에 불만을 표출. ○…이인제 전 지사측인 국민신당(가칭)은 검찰의 결정이 「고육지책」이라고 규정,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단정하면서 김총재 스스로 수사와 관계없이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 황소웅 대변인은 『검찰의 결정은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으로 낡고 병든 3김정치 청산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김총재는 검찰결정과는 별도로 비자금 의혹에 대해 국민과 역사앞에 낱낱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 ○…재계는 이날 검찰의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비자금 수사의 연기결정에 대해 기업들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전경련, 상의, 무협, 경총 등 경제단체는 『비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그룹총수들의 소환이 불가피, 투자마인드를 위축시키고 잇단 부도사태 등으로 야기된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해왔다』며 『이번 수사연기방침을 계기로 정치권도 경제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유예가 자칫 돈받는 정치문화에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되며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됐다. 전경련관계자는 『모든 국력을 경제회생에 쏟아도 경제가 살아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번 수사연기결정은 경제에 미칠 메가톤급 악재를 미리 제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총재 비자금파문의 불똥이 튄 삼성, 대우, 동아, 진로그룹을 비롯, 한창 등 중소기업들도 『그동안 검찰 수사여부로 노심초사했으나 이번 발표로 사법부도 경제회생에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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