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연극 '황금연못'

다투며 보듬고 살아가는 노부부

평범한 삶속의 잔잔한 감동 그려


자극적인 한방에 익숙하다면 조금 싱거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이 드라마 같은 굴곡과 반전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니기에 평범함은 밋밋함이 아닌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티격태격 다투며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노부부 노먼과 에셀의 이야기. 연극 '황금 연못'은 시종일관 잔잔한 감동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부부는 여느 때처럼 여름을 보내기 위해 커다란 호숫가의 황금 연못 별장을 찾는다. 까칠한 노인 노먼은 부인 에셀이 싫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농담처럼 죽음을 이야기한다. 바닥에 떨어진 인형을 보곤 "나도 저렇게 마무리할까. 세 번째 다이빙을 해도 내가 죽지 않으면 칼로 찔러줘!"라고 말하는 식이다. 고약한 노인은 그러나 죽음(치매)의 그림자 앞에서 겁먹은 어린아이 마냥 한없이 작아진다. "수천 번 당신과 함께 걸었던 길인데 기억이 안 나.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어. 당신의 예쁜 얼굴을 볼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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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물들은 오히려 이야기를 담백하게 표현해낸다. 1970년대 미국에서 발표된 황금 연못의 주인공들은 2014년 한국에서 만나는 많은 노부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내에게 '늙은 사자'라 불리고 딸에게선 '개 꼴통 같은 영감'이란 소릴 듣는 노먼은 까칠하고 권위주의적이지만 세월의 무게만큼 겁도 많아진 80세 노인이다. 에셀은 그런 노먼을 여유 있게 어르고 달래는 엄마 같은 존재. 자신을 끝으로 대가 끊길 것을 걱정하는 노먼에게 에셀은 말한다. "우리가 멋지게 끝내면 돼." 보편적인 인물이 그려내는 익숙한 삶의 모습과 감동은 과장 없이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노먼 역의 이순재, 신구, 에셀 역의 나문희, 성병숙이 펼치는 관록의 연기는 조미료 필요 없는 진국의 무대를 만들어 낸다.

다만 딸 첼시가 불만을 표출하고 부녀 간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 급작스럽다는 점은 아쉽다.

또 한 번의 여름이 가고, 노부부는 황금 연못을 떠나기 전 창가에 서서 호수 위의 물오리를 바라본다. "두 마리뿐이에요. 새끼들은 다 커서 날아가 버렸나 봐요." 작품은 창밖을 응시하는 노먼과 에셀의 뒷모습을 비추며 끝난다. 굽은 등을 의지하듯 서로 기댄 두 노인의 뒷모습은 그저 담담하게 보여준다. 삶을, 그리고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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