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 위상 '빨간불' 켜졌다

끝없는 부실수사 논란에 국민 신뢰도 27%<br>청렴도 4년째 하위권·미제사건도 늘어<br>검사들 엄무과중으로 수사력 저하까지<br>"고강도 내부계혁이 명예회복 관건" 지적


‘검사 1일 평균 담당 사건 10건’, ‘미제사건 증가’, ‘끊임없는 부실수사 논란’, ‘국민 신뢰도 27%’ 등등. ‘검찰의 위기’를 알리는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본지가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법무부 등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종합 분석해 본 결과 ‘위기의 검찰’이라는 표현이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의자 인권강화 등 수사환경의 급변으로 검찰의 수사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철 열린우리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여론 조사한 결과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27.7%로 나타났다. “검찰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이 72.3%라는 얘기다. 검찰은 또 국가청렴위원회가 평가한 연도별 청렴도하위 20개 기관에 4연속 들어가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2002년에는 부패도 1위였다. ◇ 위기의 검찰, 현실화되나 사명감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검찰이 요즘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게 국감 자료의 각종 수치를 통해 드러났다. 우선 퇴직 검사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신분보장이 철저하고 안정된 직업이라는 외부의 생각과 전혀 딴판이다. 지난 해 검사 90명이 옷을 벗었다. 올 들어서는 7월말까지 64명이 대기업으로 이직, 변호사 개업 등 이런 저런 이유로 퇴직했다. 현재 검사수가 1,567명임을 감안하면 퇴직율이 연간 5.7%에 달한다. 반면 일반직 공무원의 퇴직율은 연간 3% 정도에 불과하다. 김동철 열린우리당 의원은 “검사의 직무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데 매년 전체 검사의 6~7%가 물갈이 되는 상황에서 전문성 축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사들의 퇴직이 늘어나면서 전문성 저하는 물론 국가적 낭비이고, 결국 수사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들의 업무과중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1인의 수사 건수도 지난 2005년 1년간 2,732건에 달했다. 이는 검사 1명이 매달 227건, 매일 9.9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올해는 1일 10.3으로 더 늘었다. ◇ “검찰 수사력도 저하” 우려도 검사의 사건 부담량은 수사와 직결되기 때문에 사건 부담량이 크면 그만큼 수사지연, 또는 수사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수사환경이 과거보다 어려워지면서 검찰의 수사력도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차장급 검사는 “수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고, 고검의 한 관계자는 “과거보다 수사환경의 제약이 많아지면서 총제적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 역시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귀뜸했다. 실제 검찰의 전체 형사사건 중 인지사건 비중은 2003년 1.825에서 매년 낮아져 올 7월말 현재 1.49%로 낮아졌다. 특히 인지사건의 내용도 무고, 사기, 상표법위반 등 표면적인 것에 그치고 있다. 적어도 검찰이 인지해 수사에 나서려면 뇌물, 배임, 횡령 등 화이트칼라 범죄나 조세포탈, 범죄수익, 산업정보 유출 사범 등 국가의 경제와 안보와 직결된 굵직한 사건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검찰의 현실이다. 검찰의 미제사건 증가도 검찰 수사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 변화된 환경 적응속도가 명예회복 관건 이 같은 지적에 대한 검찰의 대응은 의외로 무덤덤하다. ‘수긍할 점이 있다’는 자성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외부의 이 같은 시선을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고검 관계자는 “수사력 약화라는 지적에는 수긍할 수 없다”며 “수사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데 따른 적응 기간이기 때문에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우선 사법개혁의 첫 걸음인 공판중심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증거분리제출제도를 시행중이다. 피의자 인권침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피의자나 참고인 진술을 녹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검찰은 또 재판에서 거짓말하는 위증사범의 경우 정식재판에 회부, 엄벌에 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밖에도 사법방해죄 도입을 위한 여론작업에 적극 나서는 등 변화된 환경에서 ‘검찰의 신뢰’를 거듭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 내부의 고강도 개혁은 물론 검찰 인사의 독립성 보장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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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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