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누가 구속 대상일까” 폭풍전야/은행장들 소환 앞두고 바짝 긴장

◎커미션 액수따라 “최소 2명” 점쳐/때이른 “차기행장 낙하산설” 까지한보사태와 관련해 몇 명의 은행장이 구속될까. 금융권에 대한 한보 수사가 궤도권으로 진입하면서 은행장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와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은 수감중인 이철수 전제일은행장에 이어 4개 은행 전·현직 은행장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을 앞두고 벌써부터 구속 대상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검찰은 이미 은행장 수사 전담팀을 정하고 이들에 대한 조사에서 모종의 수확을 건진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수사관계자는 『은행장들에 대한 수사가 정태수씨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캘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은행장 수사에 걸고 있는 검찰의 기대를 반영했다. 그동안의 수사 결과 출국금지된 7명의 은행장 가운데 최소한 2명은 구속될 것으로 검찰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 은행장 7명을 출국금지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 가운데 순수한 참고인은 없다』고 밝혔다. 바꾸어 말하면 7명 모두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구속 대상자는 법 위반정도가 지난친 경우에 국한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검찰의 사법처리 기준이 외압을 받고 담보능력을 넘는 대출을 해주면서 커미션을 받은 경우로 한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외압 여부와 커미션의 액수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떡값 조로 기백만원 안팎의 돈을 받았다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보의 부도가 불가피한 상황을 알고도 외압에 이끌려 무리하게 돈을 빌려주고 이 과정에서 돈을 챙겼다면 미필적고의에 의한 배임 또는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비자금은닉과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과 비례해 은행권의 긴장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는 구속대상 은행장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명되고 차기행장의 「낙하산설」까지 나도는등 폭풍전야의 긴장도를 느끼게 하고 있다. 한보그룹 주요 채권은행의 직원들은 주총을 20여일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은행 최고경영진의 거취에 대한 감조차 잡지 못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표정들이다. ○…은행권 최대의 관심사는 당연히 구속대상 은행장. 은행장 소환이 지연되며 『전·현직 은행장중 3∼4명이 구속대상』이라는 검찰주변의 얘기가 흘러나오자 은행 관계자들은 「누가 대상일까」를 초조하게 점치는 모습. 일각에서는 전직행장 1명, 현직행장 2명등 구체적인 인사의 이름까지 거명하기도. 한 은행 관계자는 『역시 언론에 가장 많이 거명됐던 은행의 전·현직 행장들이 아니겠느냐』고 반문. 다른 관계자는 『이미 은행장급에서의 구속대상자는 결정됐고 그 이상 선의 구속대상자를 결정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언급. ○…현직 은행장 소환, 구속이 점차 분명해지며 은행권은 때이른 차기행장문제를 점치는 분위기. 특히 이번 한보사태의 처리과정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과거처럼 현직은행장이 구속되거나 물러나면 전무가 승계하는 전례가 이번에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예상 때문. 이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반복적으로 전무·상무등 은행임원들의 연대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결. 이에 따라 『차기행장에 외부인사가 기용되는 것 아니냐』는 「낙하산설」이 나돌기도. 한 관계자는 『은행 임원들의 연대책임을 강조하는 정부고위층의 언급과 정권말기라는 시기적 상황을 보면 낙하산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추측. ○…산업, 제일, 조흥, 외환은행등 소환대상 은행장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출근해 정상업무를 수행. 김시형산업은행장은 이날 상오 집행간부회의를 주재했고 신광식행장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결재등 업무를 수행. 우찬목조흥은행장, 장명선외환은행장 역시 정례회의를 주재하는등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 특히 우행장은 최근 간부들에게 「절대 의심받을 일은 없다」며 정상적인 업무를 당부했다고. 그러나 은행장 소환이 계속 늦어지며 「모 은행장이 이날 하오에 소환된다더라」는등 소환을 앞둔 소문이 무성해 해당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들까지 확인하느라 한바탕 소동. 은행 관계자들은 소환이 늦어지자 『이제 소환은 곧 구속을 의미하지 않겠느냐』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성종수·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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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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