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통위 콜금리 4.5% 동결] 배경과 전망

집값 급등-경기둔화 틈새 고육책<br>"금리인상 통한 집값 진정 효과 불투명" 판단<br>"경제 감속추세 완화" 경기 부양론에도 쐐기<br>부동산 언급수위 높여 내년이후 인상 가능성

11월 콜금리 결정을 위해 9일 오전 한국은행 15층 강당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사실 여당과 경제 관련 부처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청와대가 부동산을 잡기 위해 인상을 우회적으로 요구해온 상황에서 한은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동결’밖에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관심사는 오는 12월 이후 금리의 향방이다. 금통위는 이번에 두 가지 메시지를 시장에 내놓았다. 하나는 ‘부동산 가격 급등 우려’이고 또 하나는 ‘우리 경제의 완만한 성장세 지속’이다. 최소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한 뒤 내년 이후 인상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화정책의 일관성 중시=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고 청와대가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을 예고하면서 최근 금리인상론이 힘을 얻었지만 금통위는 결국 콜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부동산 가격은 통화정책의 고려사항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콜금리 인상 이후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런 마당에 부동산 광풍에 휩쓸려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돼왔다. 정책금리 인상은 집값이 폭등한 수도권은 물론 미분양 사태를 빚고 있는 지방에도 무차별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또 실효성을 보기 위해서는 금리를 두세 차례 올려야 하는데 내리막길의 경기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금통위는 이번에 “최근 우리 경제는 그동안의 감속 추세가 완화되고 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론에도 쐐기를 박았다. 금통위는 회의 직후 내놓은 ‘11월 통화정책 방향’에서 “민간소비의 신장세가 약화하고 있지만 수출 증가세 유지, 설비투자 개선 추세, 건설투자 부진 완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는 근원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 모두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언급 수위는 높아져=이번 콜금리 동결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통화 당국의 경계수위가 전례없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에서 대체로 ‘오름세가 지속되다’ ‘둔화되다’라는 문구를 써왔으나 이번에는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음’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도 이날 “최근 아파트 값 상승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예의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오름세가 더욱 확산되면 한은이 이를 관망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리인하론보다는 금리인상론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이유다. 게다가 한은은 기본적으로 현 금리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유가하락 등으로 최근 경기에 긍정적인 요소도 등장한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경기가 둔화되는 등 10월 이후 경제지표의 부진 가능성이 크고 정부의 부동산대책 이후 집값이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통위에 보고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앞으로 국내 경기의 추세적 방향성을 알려면 1~2개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 금통위 "동결" 예상밖 신속 결정
"외부 인상 압력설이 한은 자존심 자극" 분석
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동결 결정이 한국은행 공보실에 알려진 시간은 오전10시쯤. 통상 오전10시20분 이후에나 결정된 내용이 전해진 데 비해 상당히 빠른 시간이었다. 전날의 동향보고회의도 점심시간인 낮12시30분까지 진행돼 이번 금통위의 결정이 그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더구나 청와대가 부동산대책에 '올인'하면서 금통위에 대한 금리 인상 압력설까지 불거진 시점이었다. 지난 6일에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이 이성태 한은 총재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채권시장이 출렁거리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오고간 이야기가 (청와대 압력설과 같은) 지금 밖에서 상상하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며 "그런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 회의 개시 전에도 "엘리베이터에서 길은 사람이 다녀서 만들어진다는 문구를 봤다"면서 "최근 보도를 보면 언론이 없던 것을 만들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5일 국정 브리핑에 콜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칼럼이 실리면서 "금통위원들이 다소 심리적 압박감을 갖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 것도 사실이다. 금통위의 조속한 결정이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시중의 청와대 압력설이 한은의 독립성과 자존심을 자극해 오히려 조속한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회의가 빨리 끝난 것은 논점에 대한 위원간 시각차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금통위 결정은 경기와 물가 등을 고려한 일관적 기조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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