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가 한치 앞을 모르고 벼랑 끝으로만 달려갈 경우 양측 모두 공멸하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비단 ASA가 아니더라도 70일 넘게 장기파업을 겪은 쌍용차도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때 파업만 없었더라면' 하는 기업들의 안타까운 속내는 이미 뒤늦은 후회일 뿐이다.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노사화합으로 상생의 길을 도모하고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의 발판을 만든 기업들도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올해까지 무려 26년째 무분규로 노사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01년부터 1사 3노조 체제로 이어오고 있지만 위기에 서로 양보하고 경영 정상화와 고용안정을 함께하며 '상생'의 길을 걸어왔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에도 임금을 동결하고 쟁의기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노조가 나섰다. 금호케미칼을 인수한 2001년에는 사측이 정리해고 대신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남은 인력은 전환배치하며 고용안정 노력을 기울였다. 노조는 이에 상여금을 자진 반납하며 회사와 어려움을 함께 나눴다. 최근 이 회사는 정년 1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인상 3% 등에 합의했다.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는 "노사 모두가 한 가족이자 동지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협상에 임해줘 감사하고 세계 일류의 전문화학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까지 18년간 무쟁의를 통해 노사협상을 이끌어온 현대중공업은 과거 쓰라린 경험이 현재의 무분규를 이어온 원동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주장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생산과 영업차질 등의 손실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 악화 등 보이지 않는 손실까지 감수해야 했다. 노조는 2005년 상생의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무분규를 선언했고 회사도 노조의 변화에 맞춰 복지혜택을 확대하며 책임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