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유럽 위기, 한국경제 영향은 크지 않을것"<br>수출·대출비중 극히 미미<br>서브프라임 사태와 달라<br>'천안함'도 큰 우려 안해<br>변동성 큰 CDS프리미엄<br>투기 악용 가능성에 주시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남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한반도 긴장 국면에 대해서도 외국인 투자가들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요." 이성한(사진)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남유럽발 위기가 며칠 내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과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그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여전히 우리 시장에 긍정적인 시각을 놓지 않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절대 없다고 단언했을 뿐만 아니라 외신들과 해외 투자은행들도 한반도 긴장에 대해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특히 대외신인도 지표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대외변수에 의해 출렁거리는 데 대해 "대부분 투자자 및 발행자들이 참고지표로 활용하기 때문에 지표를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일부 투기 거래자들이 악용할 가능성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유럽 재정위기, 천안함 사태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국제금융센터가 다시 바빠지고 있습니다. ▦ 국제금융센터 자체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변동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위기가 닥치면 바빠질 수밖에 없죠. 남유럽 사태 이후 센터는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풀가동하며 매일 시장동향 및 특이사항에 대해 정부와 금융기관에 신속히 정보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의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명감이 이럴 때 발휘된다고 할 수 있지요. -요즘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역시 남유럽발 재정위기입니다. 동유럽으로까지 전이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요. ▦ 단기간에 이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리스에 구제금융이 투입됐지만 향후 유럽연합(EU)의 중재 하에 채무 재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역시 올해 말까지의 잔여 국채 상환액 중 64%가 6~9월에 몰려 있어 시장 불안이 재부각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지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만큼의 파괴력이 나타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부실 규모와 범위를 예측하기 불가능한 파생상품과 달리 남유럽 문제는 부채 규모와 만기 일정 등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비중과 대출 비중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0천안함 사태도 우리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한반도를 보는 시각이 우려됩니다. ▦ 물론 최근 수년간 한반도에서 일어난 갈등과 비교하면 심각성은 높습니다. 남북대치가 고조되면서 금융불안이 과거보다 오래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종국에는 안정을 회복할 것입니다. 제가 과거 재정경제부에서 남북경협 업무를 오랜 기간 맡았습니다만 작금의 북한 행태는 우리의 강경 대응에 따른 무조건적인 반응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천안함 침몰을 북한이 자행했지만 이에 대응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이뤄질 경우 북한은 곧바로 준전시 상태에 접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전쟁에 나서려는 준비가 아니라 우리의 조치에 대한 북한식 반응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남북한 모두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확인되고 있고 국제적인 노력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언론들과 투자은행들의 반응을 종합해봐도 한반도 긴장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너무 큰 우려는 옳지 않습니다. -일단은 시장이 안정세를 찾았지만 동유럽 문제도 생겨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외신인도 지표인 CDS 프리미엄, 외평채 가산금리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 유럽발 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함께 터지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환율이 급등했고 CDS 프리미엄도 70bp(1bp=0.0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었죠. 금융지표들만 놓고 볼 때는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비교해보면 우리 금융시장의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훨씬 안정적입니다. 이달 들어 소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2,7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008년 9월 당시 77.9%에서 50%대 후반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재정ㆍ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매번 불거지는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우리 시장이 위기에 너무 쉽게 흔들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대외신인도 지표가 과연 우리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는데요. ▦ 우리 경제체제가 이른바 '스몰 오픈 이코노미(소규모 개방경제)'이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CDS 프리미엄의 경우 리먼 사태 직후 699bp까지 올랐고 최근 천안함 사태 때는 하루에만 30bp가량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CDS 프리미엄은 정부 국채뿐 아니라 다른 한국물에 대한 대체 헤지수요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와 상호연쇄 작용을 일으켜 한국물 전반에 헤지성ㆍ투기성 거래를 유발시키고 이는 필요 이상으로 지표가 오버슈팅되는 문제로 비화됩니다. CDS는 대외차입지표, 국가 신용위험 평가에 있어 현실적으로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유용성은 물론 큽니다. 하지만 시장불안시 나타나는 과도한 쏠림 현상을 감안하면 CDS에 대한 지나친 맹신은 분명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투기거래자들이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 센터는 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지난달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본이탈이 크게 늘었습니다. 외국인 증시이탈이 채권시장 이탈 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리먼 사태 때도 경험했지만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채권자금의 경우 시장불안이 확산되면 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급격한 자금이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5월에만 증시에서 6조3,000억원가량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뤄졌지만 채권시장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움직이며 5월 한달 간 2조원 이상의 외국인 채권 순매수세가 일어났습니다. 특히 올 들어 아시아 중앙은행들이나 연기금 같은 장기 우량 투자기관 자금 유입이 많아 자금흐름 자체도 매우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유럽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면서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에게 한국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각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환율 급변동의 주범으로 차액결제선물환(NDF)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NDF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NDF 거래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NDF는 실물인도 없이 차액정산만 이뤄진다는 특성상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고 투기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국내 주식투자에 나선 상당수의 해외 투자가들에는 환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과연 NDF 규제가 환율 급변동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합니다. 최근의 환율 급변동은 결국 남유럽 재정위기, 천안함 사태 등에 기인했습니다. NDF가 우리가 감내할 수 없을 만큼 급변동을 일으킬 경우 규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안정될 때 NDF는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당국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현명하게 판단할 것입니다. ◇약력 ▦1957년 강원도 ▦1976년 성동고 졸업 ▦1981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2년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석사 ▦1980년 행정고시 24회 ▦2001년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과장 ▦2004년 재정경제부 경협총괄과장 ▦2006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 총괄기획국장 ▦2008년 재정경제부 개발전략심의관 ▦2008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2009년 기획재정 부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장 ▦2010년5월 국제금융센터소장
민간 부문까지 리스크 관리·지원


관련기사



■ 보폭 넓히는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센터가 민간 부문의 국제금융 리스크 관리 지원으로까지 보폭 넓히기에 나선다. 국제금융센터는 그동안 주로 정부의 국제금융 분석∙자문기관으로 보고서 작성에 주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센터에서 생산된 국제금융시장 동향분석 자료 및 각종 보고서를 민간 부문에 공개해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라 보다 생산적인 싱크탱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성한 소장은 "향후 센터에서 만든 보고서와 각종 자료의 공개범위를 확대해 민간 부문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현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가 생산한 보고서는 현재 청와대∙국무총리실∙재정경제부∙한은∙금감원∙국가정보원 등 정부 당국을 비롯해 시중은행∙증권선물거래소 등 유관기관, 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 일부 민간기업에 제공된다. 민간기업들이 국제금융센터가 생산한 국제금융시장 및 세계경제 흐름 예측∙분석을 활용해 세계시장 개척에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움직임을 감안해 세계 지역 모니터링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국제금융시장 분석에서 벗어나 브릭스(Brics) 를 비롯해 신흥개도국ㆍ중앙아시아로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소장은 "현재 미국과 유럽 중심의 동향분석에서 탈피해 세계 지역 모니터링 범위를 브릭스 국가와 베트남∙캄보디아∙동유럽∙중앙아시아 등으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환건전성 감독에 대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 부여도 추진한다. 재정부는 최근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외환시장 거시정보 및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보관하는 외환시장 미시정보를 국제금융센터가 총괄 수집해 관리, 감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 및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세계 경제전쟁에서 우리 경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94년4월 외환∙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국제금융 분석 및 자문기관이다. 특히 센터는 정부의 대외 부문 조기경보 시스템(EWS) 전담 운영을 통해 국가 전반의 위기관리 능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이상징후를 보이거나 위기 국면에 돌입할 경우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아래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핵심 상황반으로서 위기 대응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현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