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KB 임영록·이건호 중징계] 낙하산·출세욕에 줄줄이 불명예 퇴진

■ 초대회장서 현회장까지 CEO 잔혹사

황영기 초대회장 1년만에 낙마

강정원 내정자 신분서 물러나

어윤대 ISS사태로 당국조사


이쯤 되면 '잔혹사'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KB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잇따른 불명예 퇴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진흙탕 싸움 끝에 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조치를 받으면서 KB 경영진의 과거사가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한때 리딩뱅크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압도적 위세를 자랑하던 KB금융이 금융가의 문제아로 전락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제'의 잔혹사가 지주 회장의 불명예 낙마에 국한됐다면 '오늘'의 흑역사는 회장과 행장의 동시다발적인 오명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클라이막스에 가깝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KB금융 CEO의 잔혹사는 '메가뱅크'라는 칭호를 받을 때부터 시작됐다.


황영기 초대 KB금융 회장은 취임 1년 만에 회장에서 물러났다. 우리금융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파생상품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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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지내 금융 전문가로 인식됐지만 이력(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만 놓고 보면 1금융보다는 자본시장 전문가에 더 가까웠다. 더구나 KB금융과는 어떠한 교집합도 없었다.

황 전 회장에 이어 강정원 전 행장이 회장 내정자 신분에서 낙마했다. 이번에는 카자흐스탄 투자손실이 발목을 잡았다. 강 전 행장은 지난 1979년 씨티은행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첫발을 내딛고 서울은행장까지 지냈지만 그 역시 KB금융과는 어떤 연관관계도 없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역시 불명예 퇴진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취임 때부터 따라붙은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꼬리표는 재임 기간 내내 그를 괴롭혔다. 이후 ING생명 인수를 놓고 사외이사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일부 사외이사의 선임을 막기 위해 내부정보를 외국회사에 흘린, 이른바 'ISS 보고서 사태'가 터지면서 급속한 레임덕에 빠지게 됐다. 임기는 끝까지 채웠지만 금융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등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KB금융 CEO의 잔혹사는 임 현 회장에 이르러 정점을 맞았다. 임 회장은 지주 사장 시절, 어 전 회장이 가장 공들인 ING생명 인수건에 반대하면서 1인자와 불편한 동거를 해야만 했다. 2인자로서 1인자와 맞섰던 그가 지금은 1인자가 돼 2인자의 항명(?)으로 나락에 빠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이들 전직 KB금융 CEO는 정통성 없이 수장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낙하산 논란이나 출세욕 시비를 받아야만 했다. 한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KB금융의 지난 역사를 보면 KB금융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며 "CEO 잔혹사가 연장될지, 아니면 반면교사의 계기가 될지 KB금융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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