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비된 자금시장(사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쇼크가 경색증상의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실세금리가 연일 폭등하면서 돈이 돌지않아 자금시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사상최악의 자금난과 유례없는 초고금리시대가 예고된 상황이다.IMF구제금융 요청으로 폭등하던 환율과 폭락하던 주식시장은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금융경색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주식시장의 불안사태만 잡히면 풀릴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경제가 또다른 함정에 빠져든 모습이다. 회사채(3년만기)수익률이 하루만에 0.95%포인트가 올라 18.55%로 19%에 육박했다. 지난 91년 10월의 19.85%이후 처음이다. 기업어음(CP)유통수익률은 연일 폭등 23.28%에 이르렀다.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거래가 형성되지 않고 있으며 사채거래도 끊긴 상태다. 그만큼 돈이 얼어붙어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상최악의 자금난이 우려된다. 공황국면이나 다름 없다. 통화당국이 금리를 잡기위해 돈을 풀고 있다고는 하나 시장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어 금융경색이 심화되면서 금리는 치솟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자금난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데다가 IMF쇼크가 겹쳤기 때문이다. 종금사의 강제정리 과정에서 자금 중개기능이 상실됐다. 통화긴축과 금융산업구조조정 예상에 따른 가수요가 부추긴 것이다. 증시에서의 자금조달도 어렵고 해외자금 라인도 막혀있다. 쉽사리 풀릴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회사채 수익률이 20%까지 폭등하고 내년 1·4분기까지는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금융경색의 불길이 실물경제에 옮겨 붙는다는 점이다. 자금난은 기업의 연쇄부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재벌기업이라고 해서 안전지대가 아닌 상황이다. 고금리시대에서는 금융비용 부담이 버거워 웬만큼 건실한 기업도 버텨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미 연쇄부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도가 났거나 화의신청을 한 상장사가 11월들어서만 벌써 10개사에 이른다. 자금경색 상황에서는 자구노력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재벌그룹들도 인력감축과 사업축소를 선언하고 나설 정도다. 하물며 중소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무더기 도산 연쇄부도의 한파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경색 고금리는 기업부실과 부도로 이어져 금융부실 도산을 부른다. 금융도산은 다시 기업도산으로 이어지고 증시 환율 불안을 재연시키게 된다.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이를 막기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돈을 돌게해야 한다. 돈을 풀어도 금융기관에 잠겨있어서는 돈이 돌 수 없다. 금융기능을 조속히 정상화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 경제의 반은 금융이다. 외환·주식시장의 안정과 함께 자금시장의 순환기능 회복이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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