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8부. 선진화된 사회체계 구축 <3> 다문화를 껴안아라

"이주민은 중요한 노동력"… 차별의식 버리고 한국형 모델 만들어야<br>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현재 30만명 수준 외국인 2050년엔 200만명 넘어<br>저숙련 위주 노동구조 바꾸고 결혼이민자 사후교육 강화 민관합동 맞춤형정책 시급

이주노동자들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해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고용허가제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 5월 말 가수 싸이가 이탈리아 공연 중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네티즌은 발끈했다. "이탈리아 여행을 보이콧하자"에서부터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민족성이 원래 저급하다"라는 말까지 확인할 수 없는 비방들이 난무했다.

# 그에 앞선 5월 초. '리틀 싸이'로 불리는 황민우군이 인종차별을 당했다. 황군에게 인종차별의 화살을 던진 한국인들은 그의 어머니가 베트남인이라는 사실을 물고 늘어졌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피해자가 어느 순간 가해자가 돼 있었다.


두 해프닝에는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바로 '이중성(二重性)'이다. 외부로부터의 이중잣대에는 야유를 퍼붓는다. 동시에 우리 안의 배타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식이다.

문제는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2050년에는 다문화인구가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30만명 수준에서 30년 후에는 6~7배나 급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고령화 및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노동력 부족이라는 장기과제도 안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노동력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최홍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경제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유입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출산ㆍ고령화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주민=국력을 가늠하는 많은 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구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시피 한 국가는 사람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2016년 이후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취업연령인 25~54세 인구는 201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쯤에는 현재의 절반인 1,30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체류 외국인과 다문화가족은 계속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7만명에 불과하던 다문화가족 인구는 오는 2020년께 74만명으로 늘어나고 2050년에는 216만명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노동인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세수가 감수해 잠재성장성이 저하된다. 결국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외부 노동력 유입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은 노동인력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통계만 보더라도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분을 바다 건너온 인력이 충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 이주민 '3D' 노동에 투입=이주노동자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남루하다. 잠시 과거로 이동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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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한국 경제성장의 공로자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다. 당시 파독 광부들이 본국에 송금한 돈은 연간 5,000만달러에 달했다. 극동아시아의 변방으로 취급 받던 한국은 멀리 이국에서 육체노동으로 벌어들인 외화를 밑거름 삼아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당시 파독 광부와 비슷한 풍경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목격된다. 경제 수준이 낮은 제3세계에서 이 땅으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내국인이 꺼리는, 이른바 '3D업무'에만 노출돼 있다.

열악한 근무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많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제어되지 않은 속도로 증가하면서 계층 간 갈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 강력범죄의 증가 등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안에 내재된 차별과 멸시의 시선들이다. 경제력이 낮거나 후진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을 계층 사다리의 맨 아래 단계로 치환해버리는 일반 시민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박기는 쉽지 않다.

◇한국형 이민모델 만들어야=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가 돼버렸다. 이들을 방치했다가는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서구유럽의 일이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0년 "1960년대 독일로 유입됐던 외국 노동자들이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지난날의 실수를 인정해야만 했다.

결국 이주노동자가 노동력 결핍의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성장의 토대가 돼주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숙련 노동자 위주의 현 구조를 개선하고 다문화인구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후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수적이다. 다문화가정의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06년 9,389명에서 2012년 말 현재 4만6,954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이들은 미숙한 한국어나 친구들의 따돌림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사회안전망에서 방치된 다문화자녀는 향후 빈곤계층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한국형 이민모델' 구현을 위한 공론화 과정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이주노동자들을 단순한 '일일봉사'의 대상으로만 보는 한 이들은 늘 우리 사회의 주변에서만 머물 가능성이 높다. 최희순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노르웨이 테러 당시에서 보여지듯 국내에서도 외국인 혐오증과 반(反)다문화 의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다문화충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면서 "하지만 현재 다문화정책은 중앙정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어 수요자의 정책 만족도는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 외에도 다문화의식 개선이나 다문화 인프라 구축 등 민관 합동의 현장 맞춤형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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