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거품 빠진 수입차 잘 나가네"

신분과시 수단→실용성 중시…"비싼車 잘 팔리던 시대 끝나"

BMW 528i

메르세데스-벤츠 S500 AMG 스포츠패키지

혼다 뉴 어코드

“싸면 잘 팔린다.” 언뜻 보면 당연한 논리지만 그동안 국내 수입차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자동차를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소비 성향이 워낙 강했기 때문. 하지만 최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의 모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흐름에 빠르게 대응한 브랜드들은 상한가를 치는 반면 콧대 높은 브랜드들은 외면당하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격 내리니 잘 나가네”=수입차업계의 잇따른 가격인하는 수입차시장의 ‘파이 확대’라는 결실을 가져오고 있다. 또한 전략적인 가격정책이 수입차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존 모델보다 1,900만원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BMW 528i는 매달 200~300대가량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올 들어 판매량이 전년 대비 37.7%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기존 모델에 비해 1,050만원 낮은 가격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C200도 올 들어 두 달 동안 445대가 판매되며 수입차 차종별 판매순위 4위에 올랐다. 지난 1월 혼다가 출시한 뉴 어코드는 올 들어 2월 말 현재 764대나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1.6%나 판매고가 늘었다. 기존 모델보다 차량 크기가 커졌고 성능이 향상된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가격은 기존 모델과 동일한 점이 인기를 모은 비결이다. 반면 가격인하를 외면하며 콧대 높은 가격정책을 고수했던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고가정책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렉서스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량이 7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6%나 줄었다. 특히 주력 모델인 ES350은 경쟁 모델인 뉴 어코드, BMW 528i가 가격을 내리자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판매대수가 30% 이상 줄었다. 아우디 역시 올 들어 주력 모델인 A6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3%나 하락하며 고전하고 있다. 정명미 BMW코리아 차장은 “수입차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가격 책정전략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수입차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비싼 수입차가 잘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가격인하도 튀어야 산다=수입차업계의 가격인하 홍수 속에 독특한 가격인하 방식을 적용하거나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해 눈길을 끄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최근 A6 3.2 FSI 콰트로의 옵션을 조정해 기존 모델보다 무려 1,710만원이나 싸게 출시했다. BMW 528i, 혼다 뉴 어코드,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의 가격인하 공세에 대응하지 않으면 관련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2,000만원에 육박하는 인하폭도 파격적이었지만 새로운 모델이 아닌 기존 모델의 가격을 과감히 인하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수입차업계는 그동안 이미 판매된 차량의 중고차 가격하락 등을 우려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써왔기 때문에 기존 모델의 가격을 낮춘 아우디의 가격인하 방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거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The new S 500 L AMG 스포츠 패키지를 기존 S500 모델보다 무려 3,000만원가량 저렴한 1억7,800만원에 출시했다. 기존 S500 모델과 비교해 디자인을 제외한 엔진ㆍ변속기 등은 차이가 없는 모델인데도 웬만한 중형차 1대 값을 낮춘 것이다. GM코리아도 ‘캐딜락 All-New CTS 2.8 Luxury’를 5,140만원에 출시했다. 럭셔리 모델이 아닌 일반 모델에 비해 겨우 100만원가량 인상된 가격이다. 이 차에는 기존 CTS 2.8 모델에는 없는 신형 트랜스미션을 장착했고 터치스크린 팝업 디스플레이, 40GB 용량의 차량용 하드드라이브, 최고급 보스 5.1채널 캐빈 서라운드 사운드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장치가 추가됐다. 결국 기존 모델보다 100만원 정도만 더 내면 한 차원 높은 사양의 자동차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업계가 앞다퉈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가격인하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며 “가격인하를 판매 확대로 직결시키기 위한 다양한 가격인하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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