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엔·달러 조만간 120엔… 환율전쟁 시작되나

"경기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최근의 달러 강세 움직임에 불만을 표출하며 한 말이다. 루 장관은 구체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통화 약세를 지적하며 "환율을 (자국 상품의) 경쟁력 강화와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루 장관의 경고는 주요10개국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6월 말 이후 6.7% 상승한 상황에서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루 장관은 특히 중국을 거론하면서 강하게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미 재무부는 이달 중 의회에 제출할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중국 등의 환율정책을 강하게 비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조차 달러 강세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며 예정된 기준금리 인상시점까지 늦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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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로존이나 중국 등이 환율정책에서 '마이웨이'를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회원국 경제위기 극복과 연착륙을 도모하는 유로존이나 중국 모두 경제성장을 지켜내기 위해 통화절하 카드를 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경제외적 문제로 용인하고 있는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엔 약세' 정책까지 포함해 통화절하 경쟁은 이미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조만간 달러당 12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쯤 되면 말 그대로 환율전쟁의 시작이다.

그럴수록 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 등이 엔화 약세 전망을 믿고 수출 가격을 낮출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까지 약세를 보이면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자들의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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