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29일] <1228> 야마니 실각


1986년 10월29일, 세계의 이목이 리야드로 쏠렸다. ‘야마니 해임’이라는 짤막한 보도 때문이다. 야마니(Ahmed Zaki Yamani)는 32세인 196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에 임명돼 국제유가를 쥐락펴락해온 인물. 24년간 장수하는 동안 아랍 산유국의 석유 무기화를 성공시키고 사분오열 상태였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단합을 이끌어내 ‘석유황제’로 불리던 그가 어떤 이유로 갑작스레 실각 당했을까. 야마니 본인도 사전에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다.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나누는 도중 TV 뉴스를 지켜보라는 전갈을 받았을 뿐이다. 야마니는 뉴스 말미의 ‘석유장관이 물러났다’는 보도를 통해 파면 사실을 알았다. 아무런 논평이나 해설도 곁들이지 않은 사우디 국영 TV의 보도는 무수한 억측을 낳았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왕실의 재정이 줄어든 데 대한 견책이라는 해석에서 파이잘 전 국왕(1972년 사망)의 사람인 야마니를 파드 국왕이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추론까지 나왔다. 제프리 로빈슨은 ‘석유황제 야마니(원제 Yamani-The Inside Story)’에서 실각 원인을 국제 무기상과 왕실의 비자금 확보 음모에서 찾았다. 필요 이상으로 전투기를 구입해 리베이트를 챙기려는 왕실의 요구에 응하려면 더 많은 원유를 팔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OPEC의 단합이 깨진다는 점에서 야마니 스스로 해임을 각오하고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소신과 양심에 따라 장관직을 버렸다는 얘기다. 국민과 시장의 불신에도 자리에 연연하는 우리네 장관들이 떠오른다. 물러날 때 야마니는 이런 말도 남겼다. “중동에도 친미파가 적지 않다. 미국이 기름과 팔레스타인 중 하나만 양보해주면 친미파가 활동할 영역이 넓어지고 중동의 평화도 찾아올 수 있는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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