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에 외환위기 발생시 긴급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공동펀드인 일명 ‘아시아통화기금(AMF)’ 규모가 최소 800억달러로 확정됐다. 이를 위해 한ㆍ중ㆍ일 3국은 최소 640억달러, 동남아국가연합(ASEANO) 10개국은 160억달러를 각각 분담하기로 했다.
또 우리 정부는 이와 별도로 총 35억달러 규모의 ‘코리아 인프라스트럭처 펀드’를 설립, 아시아개발은행(ADB)과의 협조융자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4일(현지시간) 오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폐막한 ‘제11차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합의, 발표됐다고 밝혔다.
AMF 지원 조건은 만기 3개월에 최장 2년까지 연장할 수 있으며 금리는 리보(LIBORㆍ런던은행 간 금리)에 1.5~3.0%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아세안+3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외환보유액을 공동 출자하는 펀드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올해는 전체 펀드 규모와 함께 한ㆍ중ㆍ일과 아세안의 분담비율을 20대80으로 확정한 것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이번에 아시아 국가 간 공동펀드를 조성하면 역내 국가들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해도 헤지펀드의 공격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며 “이 펀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독립적 성격이 아닌 보완적 성격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대 관건인 한ㆍ중ㆍ일 3개국 간 분담 비율은 추후 논의하기로 함에 따라 3국 간 의견 조율을 거쳐 실제 펀드를 출범시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분담 비율은 주요 의사결정시의 발언권한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3국은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ADB와의 협조융자 규모를 3년간 35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는 역내 인프라 투자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한국과 ADB 간 협력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자금 5억달러와 함께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자금 각각 25억달러와 5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편 한ㆍ중ㆍ일 3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오전 가진 회의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공조 체제를 강화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오는 9~10월께 3국 재무당국과 금융감독기관ㆍ중앙은행이 참석하는 ‘거시경제 금융안정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했다. 3국은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세계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역내 경제도 세계경제 둔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잠재적 위험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정보교환 강화와 재무당국 간 상호교류 확대, 상호이해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