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무에 새겨진 흑과 백의 오묘한 조화

이상국 '침묵의 소리' 목판화전 <br>내달 5일부터 인사이트센터

이상국의 '탈춤 Ⅰ'

독창성이 뛰어난 현대 목판화 작가로 평가 받는 이상국의 30년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우직한 형태와 거친 선들이 빚어내는 그의 목판화에는 전시의 제목 ‘침묵의 소리’에서도 알아챌 수 있듯이 대상의 내면에 흐르는 조용하지만 큰 울림이 전해진다. 그의 목판화가 가진 매력은 마치 아무렇게나 파 들어간 듯 한 짧은 선들이 이어진 형태에서 맛볼 수 있는 간결함과 흑과 백이 빚어내는 조화에서 느끼는 신명 바로 그 것이다. 이런 특징은 독특한 제작과정에서 비롯된다. 보통 목판화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 그것을 나무판에 덮어씌워 놓고 그 윤곽 선을 새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처음부터 칼로 목판을 파기 시작한다. 예정된 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화폭에 그림을 그리듯, 진흙으로 형태를 빚어내는 듯 나무판에 형상을 깎아낸다. 전시는 70년대 중반부터 최근 신작까지 총 140여 점으로 이루어진다. 작품 구성은 ‘풍경’ ‘나무’ ‘사람’ 등 세 개의 주재로 구분됐다.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이르는 초기 작품들로는 ‘탈춤’ ‘기다림’ ‘시골아이’ 등 인물을 대상으로 한 구상작품이 많고, 시간이 흐를수록 산, 나무 등 자연과 서울의 도심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변화한 것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각 목판별 판화(에디션)는 20점씩 제작됐으며, 찍은 판화에 콜라주로 덧댄 ‘나무로부터’ 시리즈 네 작품은 한 점(유니피스)씩만 출품됐다. 가격은 50만원 선부터 500만원까지 다양하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그의 작품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상국의 판화는 칼들이 춤을 춘다. 그것은 대상의 재현이나 실루엣이 아니라 대상 너머에 있는 존재의 숨결과 호흡 같은 것이다. 신명 나는 울림이 있고 거친 한숨도 있고 서러운 눈물도 가득하다. 그가 파 낸 선은 함께 살아있는 인간의 연민어린 시선들이 어지러운 교차와 흔들림과 애증들이 만들어 낸 선이다.” 인사아트센터 4월 5일부터 18일까지. (02)736-102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