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가 리포트] 애널리스트 수난시대

틀린 분석, 불공정거래 등 잇단 눈총요즘 뉴욕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울상이다. 분석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분석이 틀렸다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90년대말 뉴욕 증시 상승을 이끈 골드만 삭스의 애비 코언과 프루덴셜증권의 랠프 아캄포라와 같은 애널리스트들도 요즘 언론에 얼굴을 들이밀지 않고 있다. 그들의 불리시(Bullish) 전망이 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감독당국과 의회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소속 기관의 투자방향과 연결돼 있다고 의심,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세계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 월가는 20조 달러 이상의 돈이 움직이는 일종의 대규모 도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는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의 분석과 전망을 통해 다른 사람의 배팅을 유인하므로 일종의 훈수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훈수꾼이 특정 게임 참가자와 짜고 흥정을 한다면 공정한 게임이 되지 않는다.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규제는 나스닥 시장의 버블이 붕괴된 후 제기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99년말에서 2000년초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을 일제히 인터넷주를 비롯, 정보통신(IT)주를 사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리는 사람들은 투자회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경제학자들뿐이었고, 인기도 없었다. 기관투자회사들은 고액 연봉의 애널리스트들을 고용하면서 닷컴 기업 상장을 주도, 엄청난 수수료를 챙겼다. 이름도, 수익구조도 없는 회사가 유명 애널리스트의 입에 거론되는 것만으로 돈방석에 앉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형성됐었다. 뉴욕 월가는 애널리스트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가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몇 명이 한국 주식시장의 블루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애널리스트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톱클래스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10년 전만해도 25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0만 달러가 넘는다. 지난 99년 인터넷주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뛸 때 모건스탠리의 메리 미커라는 여성 애널리스트는 1,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아 애널리스트로는 사상 최고의 연봉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가 좋고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할 때 불공정한 행위는 드러나지 않았다. 펀드매니저가 먼저 특정 주식을 대량 구입하고, 소속 애널리스트가 그 주식을 '사라'고 판정할 경우, 투자자들이 몰렸다. 그 펀드는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된다. 다행히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유지, 주가가 오르고 있었으므로, 애널리스트의 말을 듣고 투자한 일반투자가는 불만이 없었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이 꺾어지면서, 투자가는 불만을 품게 되고, 감독당국은 투자회사와 애널리스트의 유착관계에 의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하원 의원들은 일단 투자회사들이 애널리스트 윤리에 대한 자율적인 규정을 만들라고 권하면서, 만일 자율이 무너질 때 입법에 의한 강제수단이 동원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감독당국과 의회의 엄포에 의해 월가 투자회사들이 몇차례 만나 윤리규정을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투자회사가 자사의 포트폴리오에 손해를 주는 애널리스트들을 고용하겠는가. 또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가 소속회사의 투자방침에 어긋나는 분석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애널리스트에 관한 월가의 자율 규정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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