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23일] 새롭지 않아도 소중한 것들

중소기업은 고용창출의 젖줄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고용대책을 논하기는 어렵다. 이에 신용보증기금도 연초 ‘창업지원 종합시스템’ 출범에 이어 지난 8월 ‘청년창업특례보증제도’를 시행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각종 고용정책에 있어 투자ㆍ창업 등 ‘고용창출’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 ‘고용유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책과 제도는 오로지 산뜻하고 새로운 것만이 주목을 받는다는 가치기준이 보편화돼 있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귀하게 여기면 ‘보수적’이라고 치부하고, ‘보수’는 진부하다고 여긴다. 물론 새로운 모험과 시도는 현재의 희생을 바탕으로 미래의 동력을 창출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들에 대한 존재이유도 한번 되새겨보는 균형감각도 소중하다. 그동안 신보는 참여정부 시절 ‘중소기업 금융지원체계 개편방안’에 따라 보증을 10년 이상 이용하거나 15억원 이상인 이른바 장기ㆍ고액 거래기업에 대해 일률적인 감축정책을 펴왔다. 이에 따른 자금압박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도 있었을 것이다. 차입금에 의존해 연명하는 한계기업이나 좀비기업은 당연히 퇴출당해야겠지만 추가 차입 없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커버하고 적정이윤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재도약의 기회를 줘야 한다. 고용효과 면에서도 1개 장기ㆍ고액 기업의 도산에 따른 실업을 메우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창업기업 10개를 지원하는 모험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이 그 필요성을 말해준다. 분야별 제도와 개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초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리 경제는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 12위 교역규모의 한국 경제는 실물ㆍ금융 등 전부문에 걸쳐 이미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틀에서 움직이고 있다. 과거 수많은 ‘새로운 것’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구축된 펀더멘털이 안정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아울러 지금 새롭지는 않아도 그동안 꾸준히 진화하며 현재 우리 경제를 받치고 있는 기존 시스템을 신뢰하려는 노력 또한 병행돼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체계 개편에 관해서도 많은 새로운 시도가 논의되고 있다. 진정으로 수요자를 위한 균형 있는 ‘합리적 개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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