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연금 운용 투명성 획기적으로 높여야

국민연금공단이 거래증권사 선정과정에서 평가점수를 조작하고 국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기대수익률을 잘못 산정하는 등 비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국민 대다수의 연금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엄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운용직 간부는 수년 동안 거래증권사 선정과 관련한 정성 평가점수를 조작해 공단 퇴직인사가 근무하거나 관계하는 특정업체에 배정물량을 늘려줬다. 다시 말하면 특정업체에 물량을 늘려주기 위해 관련부서 관계자와 함께 다른 증권사의 평가점수를 낮추는 등 전체 증권사의 평가 결과를 조직적으로 조작하는 부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 부동산 투자도 투자 후 5년 이상 예상 실질수익률이 최소 요구수익률인 5% 이상을 충족하도록 돼 있는 투자지침과 관계없이 이뤄지거나 투자수익률 분석과 보고절차도 준수되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해외투자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말 기준 기금이 338조원을 넘어서 규모면에서 세계 4대 연금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최근 뉴욕 해외사무소 개설과 함께 해외투자 확대에 나서는 등 기금규모에 걸맞게 글로벌 투자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시스템이 여전히 후진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증권사 선정과정에서 점수조작이 가능했던 것은 기업투자 비밀보호를 이유로 평가점수 등을 비공개로 한다는 규정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수백억원의 자문료를 지불하면서 부동산 투자수익 산정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역시 관리감독체계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기금 규모에 걸맞게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춘 선진적 운용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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