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통화당국 '불협화음'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금융시장 요동치는데…<br>외환보유고 방출 발언 싸고 "우리 업무인데 왜" 불만…주도권 다툼 양상 나타나

“파생결합 상품의 감독체계 전반을 재검토하겠다. 또 외환시장의 수급불안으로 원ㆍ달러가 급등하면 외환보유고를 방출할 수도 있다.” (재정경제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파생상품에 대해) 선제적인 감독을 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평가됐던 원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외환보유고를 동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국은행)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불똥이 어디로 뛸지 예측 불가능한 가운데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 등 금융통화 당국 간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주가하락ㆍ환율급등 등으로 국내금융시장이 긴박한데도 이들 기관이 엇박자를 보이면서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왜 내 업무를 다른 사람이 챙기냐’며 정부 고위관계자들 사이에 주도권 다툼마저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찰떡궁합=서브프라임 부실이 불거지자 정부는 즉각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대응에 들어갔다. 국내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투자규모가 8억5,000만달러에 불과해 국내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시장동향을 점검해 적절한 대책을 내놓기 위한 태스크포스도 가동했다. 태스크포스는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반장으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금감원 국제업무국장, 한은 금융시장국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속으로는 주도권 싸움=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국내은행의 서브 프라임 투자규모가 8억5,000만 달러라는 데 대해 재경부는 금감원에서 받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왜 그런 자료가 공개됐는지 모르겠다. 대충 집계한 자료”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재경부가 서브프라임 대책의 일환으로 파생결합 금융상품 감독체계 전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금감원 측은 “선제적으로 이미 잘 감독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도 잘하고 있다”며 “(재경부 멘트가)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민간기구로 감독권한과 통계를 쥐고 있는 금감원과 법과 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 간에는 과거에도 적잖은 불협화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적나라하게 불거진 것. 주도권 다툼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외환시장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외환보유고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나갔다. 당장 실현하기보다 강력한 구두 개입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말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내 업무 분야를 다른 사람이 왜 이야기했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은 관계자도 “현재 외화 유동성을 공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발언을 일축하기도 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재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감독 당국 간의 긴밀한 호흡은 필수이다”라며 “한쪽에서 구두개입을 하면 다른 쪽이 뭐라고 하고 한편에서 이런 대책을 내놓으면 다른 편에서 못마땅해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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