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출신인 배현정(68)씨는 지난 72년 혈혈단신의 몸으로 한국으로 건너왔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판자촌에 무료 진료소를 세우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가정방문 진료를 하는 등 42년 동안 40여만명의 저소득층에게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시흥동 사람들은 그를 ‘시흥동의 슈바이처’로 부른다.
그는 “다른 누군가를 돕는 일은 제 운영이자 삶이었다”면서 “마음만 있으면 봉사를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모범적으로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나눔실천자 3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고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모범 나눔 실천자들은 보건복지부ㆍ나눔국민운동본부ㆍ굿네이버스 등 주요 나눔단체의 추천과 언론보도 사례 등을 통해 선정됐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나눌수록 행복은 더 커진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사회에 희망과 행복을 만들고 계신 여러분들께 깊이 먼저 감사를 드린다”며 “ ‘우리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 분들도 많지만 여러분처럼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도 점점 늘고 있어서 저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희망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초에는 금융기관들이 나눔 금융상품을 내놓기도 했고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기부연금제도나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 등이 활성화되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나눔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어려운 분들을 모두 보듬기에는 정부의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할 때 모두가 함께 가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자리를 같이 한 김창랑(73)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철도공무원이었던 그는 서울역사 근무 중 70대 노인 승객을 구하다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공직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현재 살고 있는 1억3,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와 예금 1억2,000만원 등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이외에 고물상을 운영하면서 독거노인과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신림동 달동네 행복바이러스’박기천씨, 다문화 이주여성의 고충상담을 통해 이들의 친정엄마 역할을 해온 한미덕 돌곶이학교 교장, 신장ㆍ간 기증 등 생명나눔을 실천해온 사색출판사 대표 최정식씨도 오찬에 초청됐다. 나눔ㆍ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해온 배우 변정수, 고아라씨 등 유명 인사도 자리를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