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환율 요동과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 신규사업 부진 등의 내부 요인에 환율 급변동, 글로벌 경기 위축과 같은 외부 변수가 가세하면서 사업계획 수립이 당초 예상보다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통신 업체들은 최근 실무부서를 중심으로 내년 주요 사업과 목표 등을 포함한 사업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업계는 이와 관련 마케팅 비용과 필수 불가결한 분야를 제외한 부문의 투자를 동결하는 등 보수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짠다는 큰 그림을 그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부분의 통신업체들은 기본 방향은 설정했지만 세부적인 부문에서는 한발도 진전하지 못하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인터넷(IP)TV 상용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통신 그룹간 합병 등 이미 예정된 대형 이슈 뿐만 아니라 ▦KTㆍKTF의 경영진 문제 ▦환율 파동 ▦글로벌 경기침체 등 돌발변수까지 끼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지금까지 11월이면 완료하던 사업계획을 12월말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당초 이달부터 사업부간 조율에 돌입, 11월에는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연말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예상보다 빠른 매출 감소와 검찰의 대표이사 조사에 따른 경영공백 등이 내년 계획을 세우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계획수립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통신업계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 감소다. 통신산업은 전형적인 내수 산업이라서 경기 변동에 크게 민감하지 않지만 최근의 경제 위기는 이러한 공식 조차 무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경기침체는 상대적으로 비싼 휴대폰과 국제전화 사용량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사업계획에 반영하려고 해도 아직 이러한 요인들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영향 분석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몰고 올 후폭풍 역시 사업계획 수립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면 통신업계에 대한 투자 확대와 요금 인하에 대한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현재는 내부 요인보다는 외부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