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가업승계로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자

우리 중소기업의 평균 수명은 10.6년으로 매우 짧다. 100년을 넘게 살아남아 번영하는 기업은 전통예산옹기 등 두세 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본에는 100년을 넘게 장수하는 기업이 무려 1만5,000개 이상 존재하고 있으며 모두가 가업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산업과 기업의 역사가 짧아 건실한 장수기업들이 생겨날 기간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인들은 자신들이 평생 일궈놓은 기업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사실을 깊게 자각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지금 어디를 가더라도 연세가 지긋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연령은 지난 93년 48.2세에서 2004년에는 52.7세까지 크게 올랐으며 이러한 고령화 추세가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60~70년대 창업해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창업 1세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차세대 경영자에게 가업을 승계해야 할 시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현실 여건은 결코 그리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가로막는 이유로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체계적인 가업승계 준비 부족을 지적할 수 있으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상속세와 증여세에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와 증여세는 부의 세습방지라는 측면이 강하게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세율이 규모에 따라 10~50% 누진제로 적용돼 현실적으로 기계나 건물의 일부를 매각해서 세금을 납부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다보니 그동안 일궈놓은 기업체를 후대에 물려줄 때 과중한 상속세 부담으로 납부할 현금이 없는 기업들은 부득이 경영권 유지가 어려운 주식물납이라는 불가피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아예 사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인들이 모인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 회의에서 어느 기업인은 “수십년간 기업을 운영하는 동안 단 한차례의 배당 없이 오직 시설확충에 주력했다. 이제야 외국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는데 상속세와 증여세가 기업재산을 반토막내고 있다”며 응어리진 울분을 토로했다. 최근 정부가 이러한 상속세ㆍ증여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업상속 공제한도 확대, 사전상속 특례제도 도입, 연부연납제도 개선 등의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늦게나마 정부가 가업승계의 실체를 인정하고 부의 대물림이 아닌 기업의 영속성 유지라는 관점으로 바라봐 세제지원을 강화한 것은 중소기업인 모두의 소망으로 매우 환영한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은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사전상속 특례 한도 확대와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평가제도의 폐지가 논의돼야 할 것이다. 특히 대다수 중소기업인이 희망하고 있으며 지원효과가 큰 독일식 상속세 감면제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현재 독일의 경우 가업상속시 이자 없이 세금납부를 유예하고 1년간 기업이 유지될 때마다 10%씩 감면해 10년간 기업이 성공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상속세 전액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입법화하고 있다. 또 ‘가업승계지원센터’ 등을 설립해 사회적 인식개선과 함께 차세대 경영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하며 개별기업이 혼자 하기 힘든 복잡한 승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업승계는 고용안정, 기술 및 경영기법의 축적 및 전수, 투자촉진 및 사회공헌 등 긍정적 효과가 높다. 본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3.5%는 가업승계 이후 기업규모가 확대됐으며 축소된 비율은 11.7%에 불과했다. 또 외국의 선진기업에서도 가업승계기업의 경제적 기여도 및 경영성과가 일반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소기업이 가업승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강한 중소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선진국에 비해 소홀히 다뤘던 가업승계에 대해 하루빨리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가업승계를 적절한 시기에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지원해야 하며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이에 호응해 투명경영 실천 및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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