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우려했던 가계발 금융위기가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ㆍ4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는 660조원으로 1ㆍ4분기 말의 640조원에 비해 불과 석달 만에 20조원이나 증가했다.
가계부채 급증은 뉴타운과 재건축 등으로 주택금융수요와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가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그만큼 자산도 늘어났다고 볼 수 있지만 너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2ㆍ4분기 가계빚 증가액은 1ㆍ4분기의 증가액 10조원에 비해 2배나 늘어난 것이다. 전체 빚 규모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의 3.5배, 7년 전에 비해서는 2배로 늘었다.
빚의 액수가 불어나고 있는 것도 걱정이지만 빚의 질(質)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대출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으며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의 대출비중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가계의 상환부담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과 적금을 깨 빚을 갚는 가계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살던 집을 경매에 넘기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4~6월 중 생명보험회사의 해약 등에 따른 환급금액은 8조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3%나 증가했다. 8월 수도권 지역에서 경매에 부쳐진 주거용 부동산은 2,085건으로 한달 전 1,493건에 비해 40%나 늘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앞으로 더 걱정이다.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가계빚의 급증은 금융 부문뿐만 아니라 소비위축 등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고금리 속에 가계빚이 계속 늘어나고 부동산경기마저 하강할 경우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가계가 빚을 줄이려는 노력이 우선돼야겠지만 가계부채 증가가 금융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도 강화돼야 한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금리를 다시 내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