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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기만 하던 국내 中企 글로벌 '특허사냥' 나선다
토종 특허괴물과 손잡고 미국 업체에 소송 준비
황정원기자garden@sed.co.kr
지난해 12월 서울 COEX에서 열린‘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에서 관람 온 시민들이 신개념 회로도 제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해외에서 특허권리를 찾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는 등
한국의 특허 공세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DB
자금과 전문성이 부족해 해외 특허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국내 특허관리회사(특허괴물)와 손잡고 글로벌 특허 정벌에 나선다.
9일 중소및 특허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토종 특허괴물과 함께 자사의 기술을 보호하는 동시에 특허 로열티를 받기 위해 특허기술을 침해한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외국의 특허괴물들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특허 공격을 해온 것과 정반대로 적극적으로 해외 산업계를 겨냥해 특허 사냥에 나서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실제로 정보기술(IT)분야의 A기업은 최근 미국 업체가 자사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한 것을 확인한 뒤 특허 소송을 위해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전문기업인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ID:창의자본주식회사)와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었다. 이 SPC는 특허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받아 두 회사에 수익을 나눌 예정이다.
나노재료 분야의 B기업도 글로벌 기업이 자사의 원천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내놓자 특허소유권을 ID사에 넘겨 소송을 맡길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이를 지렛대 삼아 특허 사용 대가로 생산자금 투자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과 달리 중견ㆍ중소기업들은 소송비용과 시간에 따른 부담으로 해외에서 특허 권리찾기에 나설 엄두를 못내왔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특허 확보에서 소송까지 총 100억~3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보통 최종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도 2~3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특허괴물에 맞서기 위해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 주도로 지식재산관리회사인 창의자본주식회사가 설립되고, 관련 펀드들이 속속 결성되면서 중견ㆍ중소기업들도 적극적인 특허 공세가 가능하게 됐다. 이에 힘입어 특허 소송을 전문회사에 맡기고 승소나 합의 대가를 받아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중견ㆍ중소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해외 출원을 포기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특허관리회사가 매입해 라이선스 수입을 올리는 특허수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변리사는 “개별 기업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을 최근 정부와 관련단체들의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있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