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10%룰이 완화돼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증시에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잡은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추가로 매입할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은 물론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현대증권은 10%룰 완화에 따른 수혜주로 에스비에스 등 19개 종목을 꼽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10%룰 규정을 완화해 국민연금과 같은 공익성격의 기관투자가는 특정 기업의 주식을 10% 이상 매매한 날의 다음 분기 첫째 달 10일까지 해당 사항을 보고하도록 했다. 완화된 규정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10%룰이란 특정 기업 지분을 10% 이상 가진 기관이나 개인이 단 1주라도 사고 팔 경우에 해당 내용을 거래일로부터 5일 안에 공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이 룰로 인해 특정 기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투자 전략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10% 이상 투자하는 것을 꺼려왔다. 이번 규정 완화로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현재 9% 이상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투자를 늘림으로써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을 운용하는 한 위탁운용사 관계자는 "10%룰이 완화되면 아무래도 기존에 매수에 제한이 있던 종목들을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국민연금에서 이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지침이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의 관계자도 "국내 주식시장은 섹터와 종목은 많은데 실제 기관들이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은 제한돼 있다"며 "매수 제한 종목들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가 수급상으로 유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도 "10%룰이 완화되면 연기금의 수급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에 주가의 하방경직성은 확실히 강화될 것"이라며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보다 중소형주들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국민연금이 9% 이상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 상반기 대비 하반기 실적 개선폭이 크고 연간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들을 수혜주로 꼽았다. 현대증권이 꼽은 수혜주는 에스비에스(국민연금 지분율 9.54%), 신세계인터내셔널(9.31%), LIG손해보험(9.47%), 삼성물산(9.57%), 하나투어(9.5%), 솔브레인(9.25%), 롯데푸드(9.29%) 등 19개 종목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이달 들어서만 5,711억원(일평균 635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수급이 불안한 증시에 힘을 보태고 있어 10%룰 완화에 따른 증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96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와 함께 국내 연기금 주식 투자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이 지난 6월 선정한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들에 자금 집행을 시작한 것도 최근 연기금의 매수세 강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이 순차적으로 자금 집행을 시작하면서 이 자금들이 국내 증시로 흘러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부터 10%룰이 완화되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지고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수급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