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붉은 유니폼만 보면 우리의 심장은 기관차처럼 거센 박동을 시작한다. 사실 색상만큼 오묘한 것도 없다. 붉은 색을 보면 가슴이 마구 뛰다가도 파란 색을 마주하면 마음속에 일던 파도가 어느새 잠잠해진다. 색상은 저마다의 의미와 효과를 갖고 있다. 색상이 훌륭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휴대폰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제품 기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은 형태와 색상이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색상을 보고 불과 4~5초만에 구매할 제품을 결정한다. 색상은 이제 제품 기획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았다. 휴대폰 업체들은 연령 또는 성(性)을 기준으로 한 시장 세분화 전략을 위해 다양한 컬러를 활용하고 있다. 컬러 자체가 ‘트렌드(trend)’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최근 들어 휴대폰은 핑크, 블랙, 실버 등 다양한 컬러를 통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여심(女心)을 유혹하는 ‘핑크’=휴대폰이 미국의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처럼 상큼해졌다. 휴대폰이 분홍빛으로 곱게 물들자 여성들은 앞 다투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실험적인(?) 핑크색 제품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올해 들어서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분홍색 제품들이 쏟아내며 여성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핑크폰으로는 LG전자의 ‘핑크 초콜릿폰’과 모토로라의 ‘핑크 레이저’ 등이 대표적이다. 초콜릿은 지난 해 말 출시된 이후 국내에서만 45만대가 넘게 판매된 제품. 핑크 초콜릿은 여성들을 위해 특별히 기획된 제품으로 기존의 검정색 초콜릿폰의 세련된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진한 핑크빛을 결합했다. 모토로라의 핑크 레이저도 전세계적으로 5,00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레이저폰’에 분홍색을 입힌 제품이다. 슬림한 디자인에 화사한 색상으로 휴대폰이라기 보다는 패션 소품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즈니스맨의 품위는 ‘블랙’으로=남성 직장인들은 튀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제품을 찾는다. 블랙폰은 이런 수용에 안성맞춤이다. 삼성전자의 슬림기가 뮤직폰은 슬림 슬라이드형 디자인에 음악기능을 강화했다. 음질이 뛰어난데다 내장 메모리가 1GB에 달하기 때문에 공인인증서나 업무에 필요한 자료 등을 보관하는 이동식 디스크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다. 팬택의 프리미엄 브랜드 ‘스카이 IM-S100’은 젊은 남성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기획된 첫 제품이다. 검은 색과 회색을 사용해 중후한 느낌을 준다. S100은 33만 단어가 내장된 전자사전 기능을 갖춰 영어를 활용할 때 아주 유용하다. LG전자의 초슬림 TV폰은 DMB폰으로는 얇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한 데다 광시야각 LCD를 탑재한 것이 강점이다. 또한 오디오 채널을 수신하면서 교통방송의 CCTV 화면과 문자를 LCD 화면을 통해서 볼 수 있어 운전할 때 유용하다. ◇인생의 여유를 풍기는 ‘실버’=최근 들어 쏟아지는 DMB폰 등은 액정화면과 키패드가 크기 때문에 노인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특히 은색은 고상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품격을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삼성전자의 ‘가로본능 지상파DMB폰’은 최첨단 전투기인 스텔스(Stealth)기에서 영감을 얻어 날렵하면서도 절제된 모습을 갖고 있다. 액정 화면도 2.2인치로 큰 편이라 사용하기에 불편하지 않다. 팬택의 ‘스카이 IM-U100’은 PMP폰으로 출시된 제품. 휴대폰으로는 가장 큰 2.6인치 LCD를 갖춰 좁은 화면에 답답함을 느끼는 장년층 이상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